名匠은 학벌이 아니라 名品으로 말한다… 지경부, 뿌리산업 명장 8명에 공로패 수여
입력 2010-07-14 18:05
주용부(70) 명장. 그는 국내 최고의 칼 제작자이자 단조(鍛造)의 대가다. 맏이로서 일찌감치 부친을 여읜 탓에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대장장이를 하면 돈 번다’는 말에 14세 때 서울 서대문구청 앞 대장간에서 일을 배웠다. 당시 그곳엔 수산시장이 있어 주로 회칼을 만들었는데 일제보다 품질이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젠가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던 그는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수모를 받은 것 마냥 자존심이 상했다.
이후 그는 좋은 회칼 만들기에 매진했다. 일본제 칼이 좋은 이유를 분석하면서 무른 철, 강한 철을 붙여 복합강을 만드는 기법을 개발해 쉽게 부러지지도 휘어지지도 않는 칼을 만들어냈다. 그의 칼은 일류 주방장들에게 명품 대접을 받는다. 주 명장의 칼 품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는 “(세계적으로) 독일 칼이 좋다지만 칼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쇠가 좋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후진(52) 명장은 용접 분야 최고 권위자다. 경기도 용인의 방앗간집 맏아들로 태어나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후 어려워진 집안 사정 탓에 청소년기를 방황하며 보냈다. 이후 19세 때 용접 기술을 배우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밤 10시, 11시까지 쉴 틈 없이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하루 15시간 이상 맹연습을 한 덕분에 각종 기능대회를 휩쓸며 용접분야 전문가로 성장했다.
특히 그는 K21 전투장갑차의 차체구조물 제작에 특수용접 기술인 알루미늄 용접기술을 접목시킨 로봇용접을 도입해 1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냈다. 그는 “여름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용접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천직이려니’ 여겼다”며 “그러나 최고 정점에 서보고 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에 최연소 명장으로 선정됐고 그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펴낸 책은 대학 교재로 쓰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뿌리산업 분야 명장들이다. 뿌리산업은 주조나 금형, 용접 등 제조업의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지만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기피 대상이다. 70대인 주 명장이 “내가 일을 해야 회칼이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새로운 인력 유입이 거의 없다. 지식경제부는 명장 64명 중 현역은 10명도 채 안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경부는 14일 뿌리산업 명장 8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공로패를 수여했다. 대를 잇는 뿌리산업 명가를 발굴·지원하고 관련 엑스포를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연평균 190만원 수준인 기능 장려금도 올림픽 동메달 입상자 수준인 연 308만원으로 인상하고 관리체계도 개편할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금전적 지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신규 인력의 유입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