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완공 기장 ‘제주선교100주년기념교회’ 가보니… “이제 한 가정 출석 시작했지만 큰 부흥 꿈꾸죠”

입력 2010-07-14 18:03


1918년 가을, 현재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에 해당하는 어느 외진 길. 인근 법환리교회 윤식명 목사와 성도 4명은 전도를 하러 가다가 난데없이 나타난 무리로부터 목봉과 돌멩이로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았다. 이들은 인근 토속종교 신도들로 기독교도를 ‘외세’로 생각해 공격한 것이다. 이 일로 윤 목사는 평생 오른팔을 쓰지 못했고 동행했던 성도 한 명은 머리를 다쳐 대머리가 됐다. 이들은 훗날까지 ‘외팔이와 대머리 전도자’로 불렸으며 이 일은 제주도 선교 역사상 최초의 핍박으로 기록돼 있다.

92년이 흐른 지금, 그 자리는 현재 제주도의 유명한 관광도로 ‘천백도로’의 한 지점에 해당한다. 재미있게도 그 앞뒤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소속 교회 7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기독교 복음화율이 낮은 제주도에서 이처럼 교회가 밀집한 지역도 드물다. 반면에 상대 종교의 법당 터는 유적지로 개발 중이지만 종교 활동은 중단된 지 오래다.

그 가장 가까운 지점에 기장 교단의 제주선교100주년기념교회가 있다. 담임 이형우 목사는 서울 출신이지만 1993년부터 12년간 제주 사게교회에서 시무하며 제주의 기독교 사료들을 수집했고 2008년 ‘기장 제주노회 100년사’와 ‘모슬포교회 100년사’를 집필한, 제주 기독교 역사 전문가다.

1908년 최초의 조선인 선교사인 이기풍 목사가 내려온 이후 현재까지의 제주도 기독교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 목사와 함께 교회에 들어섰을 때, 기자를 멈칫하게 한 순간이 있었다. “성도는 얼마나 되죠?”라는 질문에 이 목사가 “없습니다. 한 가정이 겨우 나오기 시작했고…”라고 답한 것이다. 성도가 없다시피 한 교회 취재, 기자에게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들어보니 교회의 의미는 여러모로 각별했다. 먼저 그 이름과 위치가 말해주듯 제주도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다. 또 기장 총회가 교회 개척 촉진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비전 2015 운동’, 즉 노회가 부지를 구입하면 총회가 건축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따라 지어진 첫 번째 교회라는 의미도 있다. 교회가 완공된 지난달 초에는 총회 임원들이 내려와 입당예배를 드렸다.

건물 1층은 제주노회와 남·여전도회 사무실로 쓰이고 교회들의 수련회 장소로도 활용될 예정이라 현재로서도 운영 부담은 없는 편. 그럼에도 이 목사는 부흥에 대한 큰 꿈을 꾸고 있다. 100명 단위로 새 교회를 분립시켜 나가는 교회, 한반도의 반대쪽 땅끝인 백두산 밑에 교회를 세우는 교회가 되겠다는 포부다.

“기독교의 복음화 비율이 7∼8%라지만 그 절반은 육지 출신이라 실제로는 3% 안팎입니다. 원래 강했던 섬 특유의 배타성이 질곡의 근현대사를 겪으며 더 커져 전도가 쉽지 않지요. 그러나 제주도 역사를 잘 아는 만큼 더 신중하게, 사려 깊게 접근할 것입니다. 한 가정, 두 가정 진심으로 전도해 나가면 하나님께서 곧 길을 열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제주=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