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없는 태권 여성 미국 사회를 울리다… 래지위츠, 팔 수축 병 딛고 검은띠

입력 2010-07-14 18:37

실라 래지위츠는 닷새도 못 살 수 있다고 했다. 말을 할 수 있을지, 걸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그러나 그녀는 32년째 살고 있다. 말을 하고, 걷고, 태권도도 검은띠까지 땄다.



태어날 때부터 양팔이 없었던 래지위츠의 이야기가 미국을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 사는 래지위츠는 지난달 9명이 응시한 태권도 승단시험에서 2명의 합격자 중 한 명에 당당히 포함됐다.

그녀는 팔이 수축되는 선천성 ‘TAR 신드롬’이라는 병에 걸려 태어났다. 겨우 걸음을 뗄 수 있게 된 것도 아홉 살 때까지 10번의 수술을 받은 뒤부터다. 무릎 없는 발로 수없이 넘어지며 걸음걸이를 터득했다.

부모는 래지위츠를 ‘보통의 아이’처럼 키웠다. 롤러스케이트를 신겨주었고, 승마와 축구도 가르쳤다. 태권도는 래지위츠가 2001년 노던 애리조나대 대학원에 재학하던 때 광고전단을 보고 시작했다.

그녀의 사부 샌드라 라로사는 “래지위츠가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으로 도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래지위츠도 태권도가 맘에 들었다.

“사부님도, 도장 분위기도 모두 좋았어요. 아무도 나를 특별하게 보지 않았거든요. 사부님은 팔을 등 뒤에 붙이고는 바닥에 앉아 손 없이 어떻게 해낼 수 있는지 시범을 보여줬습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건 차기다. 무릎 없는 다리는 곧잘 그녀의 이마까지 닿기 일쑤였지만 래지위츠는 즐거웠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그녀는 결국 태권도 유단자까지 올랐다. 검은띠를 딴 뒤 래지위츠는 이렇게 말했다.

“태권도에서 배운 것은 지르기와 차기만이 아닙니다. 곧은 마음가짐과 정신, 태도, 타인에 대한 배려, 바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