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중국을 어찌할꼬
입력 2010-07-14 17:49
한·미 서해훈련 계획이 중국의 반발에 부딪혀 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은 한·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성찰케 한다. 어떻게 해야 블랙홀 같은 중국의 인력(引力)에 끌려가지 않느냐는 고민이다.
“외국 군함과 전투기가 황해와 중국 근해로 와서 중국의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서해를 사실상 내해(內海)로 간주하고 있음을 공식 천명한 셈이다.
우리의 안보환경에 언젠가는 나타날 복병이 조금 빨리 돌출했다. 중국의 반발은 북한을 보호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 함대가 서해훈련을 틈타 중국 북부 연안의 군사 시설과 통신 정보를 낱낱이 캐가는 게 더 싫기 때문이다.
국가의 지리적 위치가 정치와 군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때 ‘지정학(地政學)’이란 말을 자주 쓴다 독일은 소련 공산주의 위협에 대항하려면 양국 사이에 낀 폴란드를 차지해야 한다고 판단해 1939년 폴란드를 침공했다. 이처럼 지리적 조건을 우선해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생각은 나치스 독일의 침략과 대외 팽창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됐다.
지정학적 사고의 근저에는 역시 독일에서 만든 생존권(Lebensbaum) 이론이 있다. 국가는 국력에 맞는 자원을 얻기 위한 생존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제는 이를 ‘대동아공영권’으로 번안했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개입 사례는 많다. 후금(後金)이 배후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침략한 두 차례 호란(胡亂), 종주권을 놓고 다툰 청일전쟁, 만주의 안보를 구실로 삼은 6·25 참전 등이 대표적 예다. 천안함 사건처럼 외교무대에서 북한을 보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베트남 몽골 티베트도 중국의 지정학권에 속했다. 한자를 쓰던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가 돼 문자를 프랑스알파벳으로 바꿀 정도로 탈중국했다. 통일 후 중국과 전쟁을 치른 뒤로는 중국의 입김이 더욱 통하지 않게 됐다. 유목민족으로 유사 이래 중국과 대립해온 몽골은 소련의 후원을 받아 독립했다. 소련이 해체된 지금도 중국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역사의 대부분을 독립국가로 존속한 티베트는 신정(神政)의 추억을 버리지 않는 한 중국의 자치주로 남게 될 운명이다.
결국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것만이 우리가 중국에 빨려들어 가지 않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 한다. 조선 500년을 짓누른 존화(尊華) 사대주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