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과 결별해야 지방재정 산다
입력 2010-07-14 18:56
초 호화청사로 물의를 빚었던 성남시가 이번엔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덫에 빠진 지방자치단체의 표본으로 부각되고 있다. 급기야 신임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특별회계에서 전용한 5200억원을 단기간 내에 갚을 길이 없다며 지난 12일 지급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했다.
겉보기론 재정 위기에 빠진 지자체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듯하나 속은 조금 다른 모양새다. 우선 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70.5%로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양호하며 1조3000억원의 연 예산을 감안할 때 지급유예 선언과는 거리가 멀다.
또 국토부에 따르면 당장 갚아야 할 규모도 5200억원이 아니다. 연내 LH공사 측에 정산해야 할 금액은 350억원 안팎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성남시의 판교 특별회계에 700억원의 잔액이 있어 지급유예를 선언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국토부는 지적한다.
진실은 뭔가. 민주당 소속인 이 시장이 한나라당 출신인 전임 시장의 실정(失政)을 부각시키고 자신이 내놓은 공약을 이행하는 데 예산을 집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임자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띄우겠다는 속내는 이해 못할 바 아니나 재정문제를 그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성남시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있다. 성남시는 판교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판교 특별회계 예산을 2007년부터 야금야금 빼 쓰기 시작했다. 매년 추경을 편성해 판교 특별회계에 있는 돈을 일반회계로 전용했고, 신청사 건설비용 3200억원도 그렇게 마련했다.
부채 상환계획도 없이 예산 전용을 통해 재정을 펑펑 집행한 전임 시장의 포퓰리즘과 당시 이러한 상황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시의회의 무능력이 문제를 키웠다. 이후 신임 시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대응하는 일련의 과정이 성남시의 현재다. 성남시가 살 길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문제는 성남시와 비슷한 처지의 지자체가 더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재원수입에서 차지하는 채무상환액, 즉 채무상환비율이 최근 4년 동안 10%를 넘는 지자체는 성남을 비롯해 6곳이나 된다. 지자체의 방만 재정운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