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명치료중단 입법화 신중한 논의를
입력 2010-07-14 17:48
보건복지부가 어제 연명치료중단 대상을 말기환자로 제한하는 내용의 ‘연명치료중단 제도화 관련 사회적 협의체 논의결과’를 발표했다. 각계에서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체는 지난해 12월부터 회의를 열어 연명치료중단 대상 환자, 중단 가능한 연명치료 범위 등 4개항에 합의했다.
합의사항에 따르면 연명치료중단 대상은 말기환자로 제한하고, 지속적 식물인간인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하되 말기 상태이면 포함시키기로 했다. 수분·영양공급 등 말기환자에 대한 일반연명치료는 계속하고,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부착 등 특수연명치료에 한해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신중한 합의로 보인다. 민법상 성인인 말기환자가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담당의사와 상담한 후 2주 이상의 숙려(熟慮) 기간을 거쳐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의사표시가 불가능한 말기환자의 경우 병원윤리위의 확인절차를 거치는 것을 전제로 한 추정에 의한 연명치료중단 의사표시 등에 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좀 더 신중한 논의와 절차가 요구되는 방증이다. 연간 국내 병원에서 숨지는 환자 24만명 가운데 말기환자는 18만명이고, 말기환자 가운데 3만명 정도가 인공호흡기 등을 통한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입장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네덜란드 하원은 2000년 세계 최초로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40여개 주에서 환자가족 동의 등 엄격한 요건 아래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죽음의 임박성, 본인 의사 등의 기준에 따라 소극적 안락사를 용인하고 있다.
사회적 협의체가 어렵게 합의사항을 도출했지만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생명을 단 한 명이라도 인위적으로 거두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 연명치료중단 후 201일 만에 숨진 김모 할머니 사례에서 보듯 의료진의 판단에도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연명치료중단이 적절했는지를 사전·사후에 면밀하게 점검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