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무원’들… 밀린 세금 다 냈는데 압류 안풀고 사망자에 변상금 매년 부과
입력 2010-07-14 21:37
감사원, 복지부동 131명 적발
경남 진주에 사는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차를 팔려고 매매 계약을 체결하던 중 차량이 압류 상태인 것을 알았다. 세금 체납 사실이 없는 A씨가 확인해 보니 진주시가 2005년 3월 15일 자동차세 30만원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압류조치했고, 15일 후인 31일 A씨가 체납액을 완납했는데도 4년7개월 동안 압류를 해제하지 않은 것이다. 매매계약이 지연된 A씨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담당 공무원은 “이제 풀어주면 될 것 아니냐”며 태연해했다.
감사원이 진주시를 비롯한 9개 시·군·구를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A씨처럼 지방세를 체납했다 완납했는데도 공무원들의 무관심으로 압류를 풀어주지 않아 피해를 본 사람이 2957명이나 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의 ‘적당주의’로 수십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사례도 있다.
강릉시는 2008년 10월 남대천 생태하천 복원공사 계약을 맺으면서 국토해양부의 유역종합치수계획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 두 사업 구간이 중복돼 70억원의 공사비가 낭비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사망한 사람에게 매년 변상금을 부과한 얼빠진 공무원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는 공유지 내 불법 건축물 소유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하면서 대상자가 사망해 변상금이 체납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확인 없이 매년 반복적으로 3억1000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와 반대로 깎아줘야 할 세금을 관례대로 부과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와 서초구 등 25개 구청은 공익 목적으로 재산권이 제한된 토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지방세를 감면해줘야 하는데도 8억504만원을 거둬들였다.
감사원은 이처럼 무사안일한 일처리로 국민들에게 불편을 준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200건을 적발, 관련 공무원 131명에 대해 주의 또는 징계를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감사원이 ‘복지부동’ 행태에 대한 감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유형별로는 행정방치·지연 83건(41.5%), 적당주의 42건(21%), 선례답습 30건(15%), 법규정 핑계대기 28건(14%), 업무전가 17건(8.5%) 순이었다. 감사원은 앞으로 무사안일한 일처리로 국민 또는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주는 공무원을 가중처벌할 방침이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감사관계관 회의를 열고 신임 단체장이 취임 후 전임자가 추진해온 시책과 사업 등을 합리적 이유 없이 중단, 변경해 행정의 연속성, 일관성이 상실되는 경우 감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