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국내여행 여름캠페인] (下) 무안으로 떠나는 갯벌체험
입력 2010-07-14 18:41
게·낙지 ‘횃불’보고 슬금슬금… “헉! 여기 다 모였네”
바다여행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바닷가 콘도 등에서 휴식을 취하며 해수욕을 즐기는 것은 고전적 의미의 휴가행태. 요즘은 바다 생명체들의 터전인 갯벌에서 생태체험을 하거나 어촌생활을 경험하는 등 체험 위주로 바뀌고 있다. 갯벌생태체험관 등 어촌의 체험시설도 현대화되고 어촌과 갯벌 체험 프로그램도 더욱 알차졌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선정한 ‘2010년 우수 어촌체험마을’로 가족과 함께 체험여행을 떠나본다.
함해만의 드넓은 갯벌에 암청색 어둠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손에 횃불을 든 체험객들이 감풀마을 주민의 안내로 마을 앞 갯벌에 들어섰다. 불빛을 보고 날아드는 부나비처럼 발 아래에 칠게 등이 바글거린다. 야행성인 게가 횃불을 보고 갯구멍에서 나온 것이다. 게를 주워 담는 체험객들의 환호성이 캄캄한 하늘에서 동심원을 그린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전남 무안이 갯벌체험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무안갯벌은 전국 최초의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함해만 35.6㎢를 비롯해 탄도만 120㎢, 청계만 49.1㎢ 등 204.7㎢에 달한다. 2008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데 이어 전국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생명의 땅이다.
무안갯벌은 다른 지역과 달리 게르마늄이 풍부한 황토 성분의 펄갯벌이 주류를 이룬다. 갯벌의 두께도 2m 미만으로 3000년 전에 형성된 젊은 갯벌이다. 여기에 수심이 얕고 리아스식 해안이라 어패류의 산란과 서식지로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구를 둘러싼 검은 비단으로 불리는 갯벌의 가치는 1㎡당 3919원. 무안 전체로 산정하면 한해 8022억원의 가치를 가진 셈이다.
무안의 갯벌체험장은 좌우로 바다가 보이는 현경면과 해제면의 77번 국도를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봉긋봉긋한 황토밭 구릉과 맞닿은 도로변은 갓 수확한 양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특히 현경면의 새터, 용정골, 월두, 성재동, 봉대, 수양촌, 석북, 두동 등 8개 친환경농업 마을은 황톳골 무안을 대표하는 팔방미인마을로 불린다. 모두 반농반어마을로 양파 캐기, 마늘 캐기, 주말농장, 낙지잡기, 고구마 캐기, 개매기 체험, 천연염색, 김장 체험, 두부 만들기 등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연중 계속된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루어진 전남 무안의 지명엔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곶(串)을 일컫는 ‘머리’라는 지명이 유난히 많다. 그 중에서도 하늘에서 보면 초승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달머리로 불리는 현경면 용정리의 월두마을은 반농반어 체험마을로 겨울에는 초록색 감태로 뒤덮인 갯벌이 초록융단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무안에는 무안갯길이라는 독특한 생태탐방로도 있다. 무안갯길은 망운면 목서리 외덕마을에서 탄도만 갯벌을 따라 조금나루유원지에 이르는 8∼9㎞의 해안길로 중간 중간 길이 끊겨 물 빠진 바닷길을 에둘러 걸어야 하지만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해변을 따라가는 무안갯길은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방파제길, 제방길, 모랫길, 소나무길, 갯바위길이 어우러져 걷는 맛이 일품이다.
무안갯길은 조금나루에서 끝난다. 조금나루는 조금 때 나룻배가 한번 다녀 명명된 섬이다. 지금은 송현마을과 방파제로 연결돼 자동차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안갯길은 탄도만으로 지는 해넘이를 감상하는 최적의 장소. 조금나루 해당화처럼 붉은 해가 탄도만 수평선과 입을 맞추면 갯벌에 올라앉은 수십 척의 어선들이 풍경화의 주인공을 자처한다.
월두·감풀마을, 야간 갯벌 ‘횃불어로’ 명소
월두마을의 갯벌체험장(061-453-5669)은 뭍이 끝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체험비는 1인당 5000원으로 호미와 장화 등을 무료로 빌려주고 샤워시설도 갖췄다. 갯벌체험은 소당섬 뒤의 바지락 양식장에서 진행된다. 호미로 갯벌의 숨구멍을 파면 바지락을 비롯한 조개류가 지천으로 나온다. 밀물과 썰물 때 바닷물이 흐르는 갯고랑은 갯벌생태계를 관찰하는 통로.
감풀마을(http://gampul.go2vil.org)로 불리는 현경면 수양리의 석북마을은 야간 횃불어로 체험으로 유명한 곳. ‘감풀’은 썰물 때 드러나는 넓고 평탄한 모래톱으로 풀등으로 불린다. 마을 주민과 함께 횃불을 들고 캄캄한 갯벌에서 낙지와 게를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횃불어로 체험료 1만원, 갯벌체험료 5000원. 바닷가 한옥체험장과 주민들의 한옥 10가구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송계어촌마을, 고동·소라·낙지 등 수두룩
해제면 송석리의 송계어촌체험마을은 ‘한국의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된 마을로 배를 타고 나가 갯벌체험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송계어촌체험관광안내소(061-454-8737)에서 호미, 바구니, 장화 등을 빌려 도리포항에서 배를 타고 체험장인 닭섬으로 간다. 체험료는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원으로 안전요원과 함께 3∼5시간 진행된다. 닭섬 주변의 바다는 김 양식장으로 썰물 땐 길이 3㎞, 넓이 20㏊의 갯벌이 드러난다. 말목으로 이용되는 대나무가 촘촘하게 박혀있는 갯벌은 바지락, 소라, 낙지, 고동 등이 지천이다. 호미나 삽으로 숨구멍을 파면 낙지나 바지락이 줄줄이 올라온다. 송계어촌체험마을 가는 길에 위치한 무안생태갯벌센터(061-450-5884)는 무안갯벌의 가치를 소개하는 교육장. 염전 체험장, 김 말리기 체험장, 갯벌 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다. 어른 1500원, 어린이 500원으로 매주 월요일은 휴무.
무안=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