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콩지에 주의보
입력 2010-07-14 17:33
최근 바둑 이야기하면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세계대회에서 황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콩’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콩지에 9단의 무적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벌어졌던 제23회 후지쯔배 결승전은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콩지에 9단의 대결이었다. 6개월의 휴직을 마치고 올 1월에 복귀한 이세돌 9단은 제2회 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중국의 창하오 9단을 꺾으며 우승을 차지하는 등 파죽의 24연승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승부에 굶주렸었다고 해야 할까?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 9단이 바둑으로써 ‘한을 풀고 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세상의 모든 기운을 끌어당기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세돌 9단이었다.
이에 맞서는 중국의 콩지에 9단은 2009년 6월 제21회 TV바둑 아시아선수권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매번 세계대회 본선 무대에 올랐지만 여러 기사들에게 가려 특별한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TV아시아 선수권전 준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결승에서 이세돌 9단마저 꺾으며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당시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콩지에 9단은 이 두 판의 승리로 비상하기 시작한다. 이후 중국의 동료기사 치우진 8단을 이기고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했다. 올 초 벌어진 LG배에서는 다시 한번 이창호 9단에게 2대 0 완봉승을 거둬 세계대회 3관왕을 차지하게 된다.
모두가 존재를 인식하기도 전에 콩지에 9단은 아주 깊숙이 자리를 잡아버렸다. 오히려 그는 “세계 1인자가 누구인가?”하며 우리에게 반문 하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국가간의 자존심이 걸린 건곤일척의 승부였다. 상대전적은 중국리그를 제외하고 6승3패로 이세돌 9단이 앞선 가운데 2009년 이후에는 2승2패로 박빙의 승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조금 싱겁게 끝나버렸다. 콩지에 9단의 269수 12집 반 승. 이제는 세계 4관왕이다. 그는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의 최고이자 세계 최고의 이창호와 이세돌의 벽을 넘어 멀리 멀리 올라가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목진석 9단 등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들에게도 10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콩지에 9단은 지난 1년 동안 한국기사들을 상대로 17승 2패를 거뒀다. 한국으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참담한 결과다. 승부세계에서는 기세가 중요하다. 과연 그의 기세를 잠재울 수 있을까? 단시간 내에 세계최고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콩지에 9단. 지금 한국에는 콩지에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프로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