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무릉도원, 무안엔 ‘무릉연원’… 순백의 장관 ‘회산백련지’

입력 2010-07-14 17:34


중국에 무릉도원이 있다면 한국에는 무릉연원(武陵蓮源)이 있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의 회산백련지가 그곳으로 쉼 없이 피고 지는 순백의 백련이 숨 막히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면적 33만㎡에 둘레가 3㎞인 회산백련지는 동양최대의 백련자생지로 드라마 ‘여름향기’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품바의 발상지인 무안 일로읍에 저수지가 만들어진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일로읍 일대에 거대한 농장을 만들면서 농업용수용 저수지인 복룡지를 축조했다. 그 후 영산강 하구둑이 들어서면서 저수지 기능을 상실한 복룡지에 인근 회산마을 주민이 백련 12주를 심으면서 증식을 거듭해 회산백련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회산 연꽃방죽으로도 불리는 회산백련지에는 저수지를 둘러보는 둘레길과 연꽃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백련지 안에는 잠시 쉬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수상유리온실도 세워져 있다.

백련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피고 지고를 거듭한다. 우산처럼 커다란 초록 연잎이 물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수지를 가득 메우면 연잎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꽃봉오리가 맺힌다.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3일 만에 백련은 꽃잎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엔 까맣게 영근 연밥이 나날이 몸무게를 더한다.

하얀 백련, 붉은 홍련, 청초한 수련들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자태를 뽐내는 회산백련지는 새들의 낙원. 철새의 본분을 잊고 눌러앉아 주인 행세를 하는 물닭, 물닭과 사촌이지만 치열한 영역싸움을 벌이는 쇠물닭, 잠수의 달인으로 통하는 논병아리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물 속은 가물치, 잉어 등 팔뚝 굵기의 민물고기 세상이다.

고추잠자리와 물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백련지에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지면 회산백련지는 야외음악당으로 변신한다. 굵은 빗방울이 초록 연잎에 떨어지는 소리는 보석이 쟁반을 구르는 것처럼 청아하다. 제 세상을 만난 듯 울어대는 개구리의 합창도 잠깐. 소나기가 지나간 후 연잎에 맺힌 물방울에는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푸른 하늘이 담겨 있다.

회산백련지는 백련을 비롯해 희귀종인 가시연, 홍련, 수련, 어리연, 노랑어리연, 순채, 물옥잠, 물양귀비, 물배추, 부들, 개구리밥 등 50여종의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보트를 타고 저수지의 백련 숲을 헤쳐 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무안군은 8월 5∼8일 회산백련지 일원에서 ‘2010 무안 대한민국연산업축제’를 개최한다. 가족과 함께 백련지의 물길을 헤치며 하얀 연꽃을 감상하는 ‘신비의 연꽃길 보트탐사’. 지구촌의 다양한 연들을 만나는 ‘세계의 연 전시회’.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하는 ‘수생식물 생태전시관’, 무더위를 식혀주는 ‘워터쿨존’ 등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연산업축제장에서는 연근 캐기, 연 비누 만들기, 연 화장수 만들기, 연 천연염색, 연 냉족욕 테라피, 연 쿠키 만들기, 연 요리교실, 양파 요리교실, 연차 시음 등 연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초대형 그릇을 이용해 2010명분의 연쌈밥을 만들어 나눠주는 ‘연쌈밥 나눔잔치’가 벌어지고, 연냉면 연국수 연근비빔밥 연부침개 연막걸리 등 연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도 선보인다.

이밖에도 승달 국악콘서트, 전국품바경연대회 수상자 초청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도 펼쳐진다.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에서 회산백련지까지는 차로 15분 거리.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무안군청 관광문화과061-450-5319).

무안=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