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한장총 ‘장로교 연합’ 제안 의미·과제

입력 2010-07-14 20:21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가 지난 10일 장 칼뱅 탄생일을 맞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0 장로교의 날’ 대회를 갖고 28개 회원교단의 화합과 일치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2012년 9월 ‘1교단 다체제 연합’ 총회 개회예배를 드릴 것 등을 제안하며 새 시대에 맞는 장로교의 하나된 목소리를 내자고 다짐했다. 본보는 이번 행사를 준비한 한장총 이종윤 대표회장, 양병희 상임회장, 오치용 연합과일치위원회 위원장과의 좌담을 갖고 이번 대회의 의미와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 장로교단은 유독 분열이 많았는데요.

△이 대표회장=장 칼뱅은 연합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 연합을 강조할 뿐 아니라 연합을 추진했다. 칼뱅은 만일 루비콘강 10개를 건너서라도 연합이 가능하면 10개를 모두 건너겠다고 할 정도로 연합을 중시했다. 이 같은 칼뱅의 후예인 우리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많이 분열되었는지 개탄스럽다.

-교회들을 연합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양 상임회장=첫째 구조적 연합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들 수 있다. 어느 교단이든 모여 연합하는 것이다. 둘째, 닮은꼴 연합이다. 나하고 같은 사람끼리만 모이는 것이다. 셋째, 영적 연합이다. 이는 성경적 연합 논리다. 요한복음 17장의 예수님의 기도문 중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저들이 하나 되게 하옵소서’는 일종의 영적 연합을 제시한 거다. 아무리 지난한 과정이 있다 해도 연합을 강조해야 하고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한장총은 이를 위해 존재하는 기구다.

-장로교단은 그 뿌리가 같다는 데서 일치와 연합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많은데.

△오 위원장=장로교단의 공통점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성례전이다. 연합이 좋다지만 성찬을 함께할 수 없는 연합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장로교단은 칼뱅이 가르친 성찬 전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일치와 연합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한장총이 정말 한국 교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양 상임회장=한장총 소속 교단은 28개지만 교회는 3만7000여개, 성도는 910만명에 달한다. 수치상으로 볼 때 한국 교회의 75%다. 한장총은 진보적인 기장, 보수적인 고신이 공존하고 있는 매우 특별한 연합기구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이 반드시 한국 교회를 연합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 교회에 더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올해 장로교의 날 대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오 위원장=그동안 한국 교회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온 게 사실이다. 물론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이제는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 즉, 성숙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단마다 장자라고 자부심을 갖는데 이제는 장자라면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양보할 줄 아는 게 장자다. 장자는 장자답게, 차자는 차자답게, 또 형님을 형님으로, 동생을 동생으로 대접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나눠야 한다. 비본질인 것이 연합을 해치면 안 된다. 가령 성찬식 때 촛불을 세 개 켜야 되느냐, 일곱 개 켜야 되느냐, 이것 때문에 교단이 갈라지면 되겠는가.

-대회 마지막 행사로 28개 교단 총회장과 총무들이 단상에서 얼싸안고 ‘사랑하는 주님 앞에 형제 자매 한자리에’ 찬송을 부르며 화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 대표회장=2012년은 한국 장로교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 사회에 장로교회들이 연합하고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우리의 하나 됨은 민족 통일을 향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2015년 광복 70주년에 장로교단은 민족의 하나 됨을 강조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선지자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번 대회 설교에서도 언급했듯 반드시 인위적 시간표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목표는 설정해야 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무슨 희생이 있어도 이뤄야 한다.

△양 상임회장=교회는 세속화와 싸워야 한다. 교회가 세속화되면 세상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차원에서 한장총은 바른 신학, 바른 신앙, 바른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널리 알리고 목회자들부터 그렇게 살 것을 다짐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개혁된 교회가 아니라 끊임없이 개혁을 지속하는 교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진행·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