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 취임… “우리금융 인수 안하겠다”

입력 2010-07-13 21:50


13일 어윤대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출근길에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노조의 취임 반대 시위였다.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게 표면적인 반대 이유지만 어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의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됐다.

일단 어 회장은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 “M&A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KB금융을 “비만증을 앓는 환자”로 비유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의지도 내비쳤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우리금융지주 매각 의지와 맞물려 어 회장은 은행권 새판짜기 핵으로 계속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인수 안 한다”=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의 체질이 개선될 때까지 은행과 증권의 M&A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 발언을 논란의 마침표보다는 물음표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284조9000억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만한 여력을 가진 곳은 KB금융(총자산 262조1684억원)뿐이다. 하나금융지주(총자산 126조2486억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신한금융지주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또 소매금융 중심인 국민은행과 기업금융 중심인 우리은행이 가지는 시너지 효과도 만만치 않다. 손 털고 나가기엔 KB금융으로서는 미련이 많이 남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의 이번 발언을 조직 융합을 위한 하나의 ‘제스처’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막상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게 되면 KB금융은 자의반 타의반 인수전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 회장이 ‘체질이 개선될 때까지’라고 단서를 붙인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적한 난제들=‘스타 대학총장’ 출신인 어 회장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재직 시 실무직원들의 보고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관련 기관들에 협조 전화를 하는 등 저돌적인 업무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핵심을 짚는 능력이 탁월한 대신 직원들에게도 높은 업무 실행능력을 요구해 ‘관리형’이라기보다는 ‘성과형’ 관리자로 평가받는다.

어 회장의 첫 시험대는 조직 안정화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으로부터 불어닥친 인사개입 외풍을 어떻게 잠재우느냐에 따라 3년 임기의 첫 출발이 달라질 수 있다. 당장 그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어 회장은 “회장 선임 과정은 굉장히 공정했고 절차도 매우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인적 구성 효율화도 시급하다. 1분기 국민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2000만원 수준으로 신한은행(450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리딩 뱅크라는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다. 인력 재편은 물론 고강도 구조조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어 회장은 “우리는 인력이 많은 데다 고령·고임금 구조로 허리가 휘고 있다”면서 “지난해 몰락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외과적 수술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력 감축 없이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를 통해 인력 재편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