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 귀국 “내가 영포회 배후? 발언자 책임져야”
입력 2010-07-13 22:34
“영포회, 범죄집단 취급 이해 안돼”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13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 방문을 마친 뒤 귀국했다. 그는 지난 6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불거진 직후 출국했다.
이 의원이 국내를 비운 사이에 친이계 소장파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대표되는 선진국민연대 세력이 살벌하게 싸웠다. 이 와중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국무차장이 10년간 이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점을 거론하며, “이상득-박영준 라인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 의원은 “작년 6월 일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소장파 의원들의 쇄신 요구를 받고 “정치 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었다.
이 의원은 ‘야당에서 영포(목우)회와 선진국민연대 관련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고 하자 “그분들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영포회가 무슨 범죄 집단처럼 취급받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지금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곧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영포회 고문으로 민간인 사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질문에 “보소, 내가 고문을 맡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인가. 무슨 그런 유치한 소리를 하고 있어”라며 버럭 화를 냈다. 그는 “20년 전 국회의원 초기 때 연말에 모여서 저녁 먹고 헤어진 적이 있다. 그 이후에는 바빠서 가지도 못했다”고 부연했다.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박 국무차장과 연락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연락을 왜 하느냐”고 했다. 청와대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과 정인철 전 기획관리비서관의 사퇴에 대해서도 “아무 관계가 없다. 각자 자기 일을 했는데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이 여권 내 권력투쟁 등과 무관함을 적극적으로 밝힌 것은 가만히 있을 경우 불똥이 자신에게로 튈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여권 주변에서는 이번 파문이 이 의원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정두언 의원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정 의원의 당 대표 경선 후보직 사퇴도 촉구했다. 그는 정 의원이 최근 언론에서 선진국민연대와 관련해 ‘KB금융지주 건 곱하기 100건은 더 있다’ ‘비망록을 쓸 것’이라며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혹의 실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력투쟁을 먼저 시작한 분이 이제 와서 논쟁을 접자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식으로 대통령께 누가 될 것”이라며 “이상득 의원이나 선진국민연대와 상관없이 초선 의원으로서 이런 행태를 참을 수 없어 나왔다”고 했다. 이 의원의 귀국과는 관계없는 독자적 행보라는 얘기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