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진보 교육감 ‘넘어야 할 산’ 많아

입력 2010-07-13 22:16

13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는 진보 교육감들과 교육과학기술부 간 ‘1라운드’ 대결로 요약된다. 전국 433명의 학생이 시험을 거부했지만 파국은 막았다는 게 중론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고위 관계자는 결시생 수와 관련해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체험학습을 유도·승인하거나 평가를 거부한 교원은 없어 2008년, 2009년과 달리 교사 징계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다행스런 대목이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 논란을 계기로 진보 교육감과 교과부 간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보 교육감들과 교과부가 갈등을 빚을 사안들은 여전히 많다. 무상급식, 교원평가제, 교장공모제, 민주노동당 가입 교사 중징계, 학생인권 조례 같은 지뢰들이 곳곳에 깔려 있는 것이다. ‘2라운드’ ‘3라운드’ 대결이 언제 불붙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진보 교육감들이 행동 통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진보 성향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학업성취도 거부를 주장하며 강경 노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교과부와 정면 대결은 피했다. 이에 따라 진보 교육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보다 교육 사안에 따라 전략적 선택을 하며 교과부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 교과부와 각을 세울 경우,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피해를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입는다는 점이다. 특히 일선 학교 현장은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교감은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이 다를 때면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교육자치법 42조에 근거해 설립된 교육감협의회는 그동안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교육감들이 교육감협의회를 실질적인 지방교육 논의의 장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교과부와 사전 조율해 나간다면 교육 현장에서의 혼선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밀어붙이기식 교육행정을 피하고, 진보 교육감들은 막무가내식 반대만 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전 정책협의와 정책 토론회가 활성화돼야 하는 지적도 있다.

하윤해 박지훈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