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선거, 총회측 방해로 파행

입력 2010-07-13 17:40


[미션라이프] 감독회장 선거가 있던 13일,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고함과 탄식,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재선거관리위원회(재선거 측)가 실시한 선거가 ‘6·3 총회’ 측의 저지로 개표함도 열지 못한 채 중단됐다.

투표는 연회별로 나눠 전국 11개 장소에서 오전 10시부터 개시됐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과 막으려는 사람들 간 마찰이 빚어졌다. 남부연회 투표소가 마련된 대전 둔산성광교회에서는 한 목사가 투표함 위에 올라 앉아 농성했고, 선관위는 결국 1시간 30분쯤 뒤 헌금함을 임시 투표함으로 대체했다. 서울남연회 투표소인 영등포중앙교회, 충청연회의 충남 예산제일교회는 총회 측 인사들이 출입구를 막아섰다. 서울연회 투표가 진행된 종교교회에서는 총회 측에서 “불법선거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붙이려다 건물 밖으로 밀려났다.

투표 과정에서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 총회 측은 지난 8일 ‘교권수호 비상기도회’를 열고 “6·3 총회만이 합법이며 불법적으로 조직된 재선관위에 의한 선거는 저지하겠다”고 공언했었다. 12일에는 총회 측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김국도 임마누엘교회 목사에게 감독회장 당선증을 수여키도 했다. 그리고 이날 11개 연회 중 서울남연회, 충청연회, 남부연회 등 3곳을 집중 저지하는 전략으로 나왔다.

오후 1시 영등포중앙교회. 선관위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투표소에 앉아 있었다. 투표소는 한산했다. 복도에는 총회 측 인사들이 지키고 섰고, 건물 밖에는 선거를 하러 온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렸다. 식사 때가 지나자 선관위원들과 총회 측 인사들이 각자 잡채밥과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총회 측은 식사를 하면서도 돌아가며 출입문 쪽을 지켰다.

오후 2시20분쯤 누군가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 2명이 출동했지만, 총회 측에서 “불법선거를 막는 것이다. 경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항변하자 그냥 돌아갔다. 오후 2시40분 서울남연회 선관위원장 최효석 목사가 “더 이상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며 투표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남연회 선거인 수 510명 중 목회자 11명, 평신도 7명만이 투표한 상황이었다. 선관위원들이 봉인한 투표함을 들고 투표소를 나서려 하자 총회 측 인사들이 선거 종료 선언 및 개표를 요구하며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본부 소속 목회자 2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 오후 2시45분쯤 충청연회 역시 투표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재선관위는 오후 3시 투표 마감 이후 2개의 사고 연회를 제외한 9개 연회에서 1977명이 투표, 투표율 48.3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투표가 중지된 2개 연회에 대해서는 우편투표 방식으로 재투표를 실시한 뒤, 다른 투표함과 함께 다음주 중 일괄 개표한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정상적으로 선거가 진행됐다”며 “시일이 좀 늦춰졌지만 재선거는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