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 “외환시장 규모 너무 적어 금융시장 불안 키운다”
입력 2010-07-13 18:37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우리 금융시장은 갑작스런 외화 부족에 시달렸다.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특히 우리 외환시장이 주식시장보다 취약했다. 이유가 뭘까.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한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비교’ 보고서를 내고 우리 외환시장은 주식시장보다 외국인 자본 이탈 규모가 크고 거래량이 적은 데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 비중이 커 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3가지 이유를 꼽았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이탈은 미미했던 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차입자금 이탈 규모는 상대적으로 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유출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반해 외환시장에서 외국 차입자금은 확정된 부채인 데다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고 유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환차손 위험 없이 자금 회수가 빠르게 진행됐다.
또 보고서는 경제 규모보다 외환시장 규모가 왜소한 점이 변동성을 키운다고 했다.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하루 외환거래량은 5.4%로 비교 대상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GDP 대비 하루 주식거래량이 비슷한 8개국을 비교한 결과다. 호주(34.1%) 노르웨이(17.3%) 미국(11.5%) 일본(10.6%) 남아공(10.1%)에 못 미쳤다. 은행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기 쉬운 구조가 문제다.
연구소 정대선 선임연구원은 “주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특정 주체에 좌지우지되는 시장의 쏠림 현상이 제한적이고, 각종 충격으로부터도 일정 수준 내성을 갖게 됐다. 이에 반해 외환시장은 전체 외환거래에서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비중이 올 1분기 하루 평균 거래량 479억4000만 달러의 절반이 넘는 248억20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