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오싱 전 中 외교부장, 32년 전 공무원 부패 비판 편지 화제
입력 2010-07-13 21:56
“철도국장, 권력 정확히 쓰시오 남용은 인민들을 속이는 것”
리자오싱(李肇星·전 외교부장)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이 32년 전에 쓴 공무원들 부패에 관한 편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외교부 신문사(新聞司) 평관원이었던 1978년 12월 3일 인민일보 ‘잔디(戰地)’란에 ‘차마 웃지 못할 익살극’이란 제목의 비평편지를 게재했다.
그는 편지에서 얼마 전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외교부 동료와 함께 12명의 외빈을 데리고 청두(成都))에서 충칭(重慶)으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14명 모두 침대칸 티켓을 갖고 있었지만 열차에는 단지 8개의 침대칸 티켓만 남아 있었다. 그는 열차 여객 책임자에게 찾아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여객 책임자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남아 있는 침대칸 자리는 하나도 없다”고 무시했다.
그 순간 외모가 심상찮은 한 사람이 자신의 신분증을 책상에 내려치며 여객 책임자에게 소리쳤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왜 인사도 안 해. 침대칸 티켓을 사지 않고 침대칸에 오른 사람 모두 나가도록 해!” 그러자 여객 책임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한 뒤 침대칸을 내줬다. 이 사람은 바로 철도국장이었다.
리자오싱은 이 상황을 보고 긴급 대처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는 가방에서 인민일보를 꺼내 여객 책임자에게 건넸다. 당시 인민일보엔 국가 최고지도자가 자신이 안내하는 외빈들과 회견하는 소식이 실렸었다. 그는 여객 책임자에게 이 외빈들이 얼마나 중요한 손님인지 강조했고,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결국 모두 침대칸을 차지할 수 있었다.
리자오싱은 침대칸에서 편안하게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냥 웃고 싶었다. 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한편의 익살극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웃으려 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리자오싱은 편지에서 강한 어조로 소리쳤다. “여객 책임자 동지, 당신의 병은 심각하다. 경각할 필요가 있다. (철도)국장 동지, 정확하게 당신의 권력을 사용하세요. 그것은 인민을 속이는 것입니다.”
중국 베이징(北京)일보는 13일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비리가 잇따르자 “더 많은 공직자들이 리자오싱의 편지, ‘웃지 못할 익살극’을 읽기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당시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당시 인민일보가 아무런 수정 없이 이 비평 편지를 그대로 게재했다”며 “공무원을 추하게 묘사한 것에 대해서도 ‘기술적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32년 전 철도국장이나 여객 책임자의 행태는 현재 어떤 간부들의 부패문제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부패 문제는 이미 집권당(공산당)의 생사존망을 위협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