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유예 도미노?… ‘성남시 닮은꼴’ 수두룩
입력 2010-07-13 22:28
호화청사 건립 논란을 빚었던 경기도 성남시가 전격적으로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로의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성남시의 지급유예 선언을 초래한 대규모 신청사 건립 등 방만한 예산집행 문제는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똑같이 겪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지급유예 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규모 신청사 건립=부산 북구는 신청사 부지매입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15억원의 지연손해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북구는 2004년 2월 부산도시공사로부터 화명동 공공청사부지 1만8950㎡를 5년간 10회 분할 납부하는 조건으로 134억2500만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다음달로 예정된 첫 납부금 13억4000만원을 제때 내기 어렵게 됐다. 북구는 첫 납부금을 내지 못하면 지연손해금 15억원을 물어야 한다.
대전 동구도 신청사 건립에 발목 잡혀 있다. 동구는 예산 부족으로 지난달 20일 이후 신청사 건립을 중단했다. 707억원이 소요되는 신청사를 짓기 위해 166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채무가 298억원으로 늘었다. 2024년까지 청사건립 재원을 갚아 나가면 되지만 올해 안으로 12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다 2013년 상환액이 49억원에 달해 재정위기가 불 보듯 뻔하다.
◇무리한 사업 추진=강원도 속초시는 대포항 개발사업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포항 개발사업은 속초시와 농림수산식품부가 대포항을 종합 관광항으로 개발하기 위해 일대를 매립해 분양하기로 한 사업이다. 올해 말 완공예정으로 2003년 착공했다. 속초시가 담당하는 호안매립과 분양 부분은 시공사인 쌍용이 자부담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속초시가 매립지를 분양해 대금을 정산하는 채무부담행위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속초시는 올해 330억원을 시작으로 총사업비 660억원을 쌍용에 연차적으로 갚아야 한다.
속초시는 돈을 갚기 위해 지난 3월 일부 준공한 매립지를 매각하려 했으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에 실패했다. 콘도와 호텔 건립 부지를 분양받기로 약속한 업체도 땅값 분할 납부를 요청하며 계약을 미루고 있다. 속초시는 연말까지 330억원을 갚지 못하면 7%에 달하는 이자를 물어야 하는 만큼 여의치 않으면 성남시처럼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강원도 태백시가 추진한 오투리조트 사업도 시를 파산위기로 모는 암초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 조성을 위해 250억원을 들여 진입로를 건설하고 5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출자했다. 그러나 공사비가 당초 2800억원에서 4100억원으로 늘어난 데다 개장 이후 운영이 제대로 안 돼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오투리조트는 지난해 25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영업적자가 1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고용역비와 전기료 등 단기 미지급 자금도 21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분 51%로 대주주인 태백시가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오투리조트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시 재정에도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부채규모가 7조원(도시개발공사 부채 4조4608억원 포함)에 달하는 인천시가 정부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유치한 2014아시아경기대회의 주경기장 건립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천시는 주경기장 신축부지 63만9000㎡의 76%를 보상하는 데 이미 1242억원을 썼다. 올해 안에 나머지 보상비 400억원도 추가로 소모해야 한다. 송영길 시장은 과도한 부채 등에 따른 재정파탄을 이유로 경기장 건립을 재검토하고 있다.
부산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 건립공사도 시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두레라움은 영화·영상도시 발전을 위해 부산시가 초대형 상영관 등 각종 영상기반시설을 한곳에 짓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당초 691억원인 사업비를 1624억원으로 증액시켜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사업비를 정부와 부산시가 50대 50으로 부담하는 탓에 부산시는 당초 300억원에서 추가로 306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제주도는 지방채 확대발행 누적과 금융비용이 높은 민간투자사업(BTL)의 과도한 추진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지사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말 지방채 총액은 7432억원으로 전년대비 35.7% 증가했다. 2010년 발행하는 지방채는 1288억원이다. 도민 1인당 채무액은 132만1000원으로 전국 광역단체 중 두 번째로 많다. 지방채 이자를 훨씬 상회하는 평균 5% 이상 이자를 지급하는 BTL사업의 과도한 추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