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구체적 징후와 대응법… “그랬구나” 화법으로 경청땐 큰 위로 효과
입력 2010-07-13 19:12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자살 시도자 10명 중 7∼8명이 그 사실을 주변인에게 언급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 말은 주위에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자살 예방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구체적인 징후와 이를 발견했을 때의 현명한 대처법을 알아봤다.
김충렬 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은 “마음의 병이 깊은 사람은 사회와의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것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급격히 감소했음을 의미 한다. 갑자기 등산이나 낚시 등 혼자 즐기는 여가활동에 빠지는 경우도 사람과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이 아닌지 유심히 봐야 한다.
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의도하든 안 하든 죽음에 대해 자주 언급하게 된다. 최근에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지인에 대해 말하며 만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한다.
유영권 연세대 목회상담학 교수는 “평소에 소중하게 여기던 물건을 남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것은 아주 분명한 자살의 징후”라고 경고한다. 오랫동안 불안정하고 침울하던 사람이 갑자기 평화롭게 보인다든지, 반항하던 청소년이 갑자기 순종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상 신호다.
만일 자살의 징후가 포착됐는데도 “신앙인인데 정말 자살하기야 하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더 힘든 사람도 얼마든지 사는데” “믿는 사람이 그만한 일로…”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상대를 한층 좌절시킬 수 있다.
대놓고 “자살하려고 그래?” 하고 물어서야 안 되지만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겠다”며 공감한다면 상대는 의외로 쉽게 자신의 심리를 털어놓게 된다.
김학수 장위중앙교회 목사는 “‘그랬구나’ 화법이면 반은 해결된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아픔을 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공감하며 경청해 주는 것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성경 말씀처럼 진심어린 공감은 그 어떤 충고나 설교보다 큰 위로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더 나아가 자살 시도자와의 마지막 통화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자살 환상 깨기’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을 부탁해요” 식의 말을 전해올 때 “당신이 죽는다고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이 없으면 아이들을 누가 돌보겠느냐”고 단호하게 말해서 “내가 죽으면 다 잘된다”는 식의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