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 거부한 학생들 무얼 배웠을까

입력 2010-07-13 19:13

어제 전국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는 예상보다 평온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는 평가다.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인 시험거부 사태가 벌어졌지만 응시대상 193만명 가운데 첫날 결시생은 수백명에 머물렀다. 2008년의 188명, 지난해 82명에 비해서는 늘어나긴 했지만 당초 우려했던 대규모 반대운동이나 학급단위 결시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시행 3년째임에도 불구하고 시험 때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혼란이 커졌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결시학생을 무단결석이 아닌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시험 시작 한 시간 전 다시 공문을 보내 전날 공문이 응시거부를 독려·선동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하는 촌극을 빚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위해 대체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도교육청과 “대체학습을 승인한 교사와 학교장을 중징계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상반된 지시 때문에 교사들이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1년에 시험 한 번 치르는 것을 두고 이렇게 논란이 이니 우리 국가 역량이 이것밖에 안되는 것인지 답답하다. 시험을 실시하는 교과부나 이에 반대하는 전교조나 학생들과 우리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득실의 한쪽만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왕 실시키로 한 이상 일제고사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교과부와 교육감들이 협의해 더 이상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각 학교에서 나타나는 파행수업을 없앨 방안을 마련하거나 시험성적의 공개 범위를 둘러싸고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 학생들의 미래다. 시험을 둘러싼 교육당국간 논란을 보면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학생들에게 질서와 원칙을 가르치는 것은 다른 어떤 지식보다도 소중하다. 일제고사 논란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