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 체험해 보니… ‘강남 초단기 월세’ 부동산 불황 모른다
입력 2010-07-13 21:32
주택 거래가 뚝 끊긴 요즘, 불황을 모르는 부동산 틈새시장이 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초단기 임대(월세)’ 장터다. 일반적으로 월세 임대는 1년 단위지만 초단기 월세는 임대기간을 1∼3개월에 맞춘 상품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에서 일시 귀국한 유학생이나 지방에서 상경한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연중 최고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임대 문의부터 현장 방문, 계약서 작성까지 3∼4시간 만에 이뤄지는 ‘초스피드’식 계약 일정은 한시가 급한 수요자들로서는 최대 장점으로 꼽히지만 위험 부담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직접 2개월짜리 월세 주택 구하기를 시도해봤다.
13일 낮 12시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키워드로 ‘강남 초단기 임대’를 검색하자 수십개의 중개 사이트와 연락처가 떴다. 그 중 한 곳에 전화를 걸자 임대 중개인은 “지금 당장 서너 군데 정도는 볼 수 있다”며 만나자고 했다. 중개인은 “(임대) 회전율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내일이면 물건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중개인과 만날 장소는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번 출구.
2시간쯤 뒤 중개인과 함께 들른 곳은 대형 오피스빌딩이 운집한 선릉역 근처의 원룸. 침대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풀옵션에 방범시스템을 갖춘 곳이었다. 하지만 누우면 발만 겨우 뻗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한 데다 채광이 좋지 않았다. 월임대료는 보증금 없이 78만원(관리비 포함). 여기에다 전기료와 TV수신료, 수도요금 등을 포함하면 85만∼90만원선.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역삼역 인근 원룸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도 중개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대부분 단기 임대를 찾는 문의자나 집주인들이라고 했다. 두 번째 들른 곳은 복층에 베란다까지 포함된 구조로 임대료는 75만원. 직전에 본 물건보다 가격과 내부 구조면에서 한결 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임대료 수준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다시 선릉역 쪽의 70만원대 오피스텔 물건도 봤지만 공동화장실을 쓰는 오픈형이라 선택하기 곤란했다. 계약을 종용하는 중개인에게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겠다”며 헤어진 시각이 오후 3시50분. 문의한 지 4시간 정도면 계약 성사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3개월짜리 초단기 임대 수요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에 가장 많이 몰린다.
강남권에서 단기 임대 중개만 10년 넘게 해온 김상현(34)씨는 “평상시에는 임대 문의 전화가 하루 2∼3건 정도인데 이맘때가 되면 2∼3배 정도로 문의가 급증한다”면서 “월세 금액도 덩달아 오르면서 60만원대 물건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주의사항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함영진 실장은 “초단기 임대상품의 경우 급하게 거처를 구하려는 수요자의 특성상 계약에 소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임대료 수준과 계약사항, 특히 특약사항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유성현 임정혁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