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크푸드로 보이니?” 신세대 햄버거의 역습
입력 2010-07-13 22:46
‘정크 푸드’ ‘비만의 주범’으로 지탄받아온 햄버거가 반격에 나섰다.
질 좋은 쇠고기, 신선한 야채, 새로운 토핑과 부드러운 빵으로 이뤄진 신세대 햄버거가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찾은 버지니아주 알링턴가의 햄버거 가게 ‘레이스 헬 버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을 자신의 단골 가게라고 소개했고, 햄버거를 맛본 메드베데프는 이렇게 말했다.
“음, 건강에 좋진 않겠지만 굉장히 맛있군요.”
이들 신세대 햄버거는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달리 신선한 재료나 환경 보호 등을 강조해 ‘더 나은 버거(Better Burger)’ 혹은 ‘미식가 버거(Gourmet Burger)’라 불린다.
지난해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점 중 가장 주목받은 ‘파이브가이즈’의 매장에는 냉동고가 없다. 꽉 막힌 축사에서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소 대신 초원에서 방목해 자란 소의 생고기만을 사용해 햄버거를 만든다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엘리베이션 버거’는 고기와 채소에 유기농 재료만 쓰는 것은 물론이고, 감자를 튀길 때에도 올리브유만 사용한다. 재료도 아끼지 않는다. 스타 요리사 보비 플레이가 창업한 ‘보비스 버거 팰리스’는 소프트볼 크기만한 초대형 햄버거로 화제가 됐다.
시카고의 레스토랑 컨설턴트 대런 트리스타노는 “650억 달러의 미국 햄버거 시장에서 이들 신세대 햄버거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2%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업비용은 맥도날드나 버거킹보다 오히려 더 저렴하다. AP는 신세대 햄버거 브랜드 체인점을 개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만 달러로 맥도날드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신세대 햄버거 체인들은 사업 확장에도 신중하다. ‘BGR버거조인트’의 마크 부처 부사장은 “1990년대의 베이글 붐도 지나갔듯이 신세대 버거 열풍도 한때일 수 있다”며 무분별한 확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6년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는 2001년까지 체인점이 5개에 불과했다. ‘파이브가이즈’의 창업자 제리 뮤럴은 “우리의 레시피는 손쉽게 확대 복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패티(햄버거용 다진 쇠고기)는 단단하게 다져야 하고 토마토는 갓 딴 신선한 것으로 녹말에 살짝 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농산물만 사용하는 ‘인앤드아웃’과 ‘셰이크섹’은 각각 서부와 동부 지역에만 체인점을 두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