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종이부터 웨딩드레스까지 1600년… 멈추지 않는 韓紙의 진화
입력 2010-07-13 19:12
종이 기능에 머물렀던 전통 한지(韓紙)가 쉼없이 진화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벽지와 양말에서 시작해 액세서리, 스포츠웨어 등의 상품으로 개발된 데 이어 이제는 혼수품과 자동차 시트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생활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전주한지’의 상품화를 주도하는 전북 전주시는 최근 ‘한지 혼수상품 개발’을 시작했다. 전주패션협회 디자이너 15명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웰빙 천연소재인 한지사(絲)로 웨딩드레스와 양복, 침구세트, 예단, 핸드백 등 30여 가지의 용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시제품을 제작한 단계로 이르면 이달 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한지의 새로운 발견과 진화는 2008년 한지 섬유가 개발되면서 본격화됐다. 한지 재료인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한 한지사는 가볍고 질긴 데다 생분해성이 좋고 항균성도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를 이용한 벽지와 속옷, 양말, 넥타이, 스카프 등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이어 열쇠고리와 가방 등도 출시됐다. 생활한복과 전통한복, 연주복 등 일반 의류 분야에선 이미 못 만드는 제품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오성과 전주대학교가 한지 태권도복 4가지를 개발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태권도복은 땀을 빨리 흡수하고 신속하게 건조되며 악취와 균을 억제하는 특징을 지녀 외국에서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국내 최대 한지생산업체인 천양제지는 지난해 닥나무 속대와 잎의 추출물이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이용해 비누와 샴푸, 로션 등 생활용품을 생산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지사는 앞으로 자동차와 항공기 시트를 비롯한 산업용 소재산업에도 진출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대중화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한지사의 안정적인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원료인 닥나무 재배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 아직은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여기에 한지사의 균일한 품질을 보장할 기술을 개발하고 한지사를 이용한 제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