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1100억 들인 월드컵 간신히 ‘본전’… 단독중계, 얻고 잃은 것

입력 2010-07-13 18:09


SBS가 단독 중계한 ‘2010 남아공월드컵’이 12일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달여간 벌어진 ‘세계인의 축제’는 국내 방송 사상 초유의 단독 중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SBS 단독 중계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봤다.

SBS는 경제적으로 큰 득을 보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공한 중계권료 750억원, 한국이 16강 진출한 데 따른 추가 중계권료 65억원, 제작비 등 부대비용 350억원을 더하면 SBS의 지출은 1100억원을 넘어선다. 반면 광고는 700억원이 팔렸고, IPTV 케이블 인터넷 매체로부터 받은 이용료와 기업 후원비를 합해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SBS의 월드컵 투입 비용이 워낙 컸기 때문이지 역대 월드컵과 비교하면 수입 자체는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김인섭 한국방송광고공사 홍보부장은 “광고가 한·일월드컵 때 1370억, 독일월드컵 때 650억원이 팔렸는데 이번에는 SBS 혼자 700억원을 팔았으니 수입 자체가 적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채널 선택권’이 보장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국전에 대한 채널 집중도는 높으면서, 외국 경기 시간대에는 타 채널의 프로그램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한국-아르헨티나전 시청률이 51.5%로 가장 높았으며, 그리스전 (48.4%), 우루과이전 (47.5%)도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 반면 다른 국가들 간의 경기 시간에는 타사에서 방송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호조를 보였다. KBS ‘제빵왕 김탁구’, MBC ‘동이’는 월드컵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주부 시청층이 선택함으로써 시청률이 크게 뛰었다.

서국은 밀양대학교 스포츠학과 교수는 “예전처럼 모든 방송국에서 일제히 월드컵을 내보내는 것은 비효율적인 게 드러났다. 이번 단독 중계를 통해서 월드컵 시청권과 다른 채널 시청권이 보장됐다”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SBS는 채널 브랜드의 상승을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수혜로 꼽았다. 노영환 SBS 홍보팀장은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까지 국제적인 행사를 무사히 치러냈다. 노하우가 쌓이고 자신감도 높아졌다”면서 “국민들에게 SBS의 위상을 재정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BS가 단독 중계로 제 잇속만 챙긴다는 이미지도 형성돼 채널 브랜드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길거리 응원 취재 방해 논란, 공공장소 월드컵 전시권 징수 논란 등이 독점 중계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는 것. KBS와 MBC가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도 SBS에게는 부담이다.

양재근 서울산업대 스포츠건강학과 교수는 “국민의 행사가 철저한 상업주의로 흘렀다. SBS가 방송 3사의 합의를 깨고 중계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 흠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선희 기자, 김창현 대학생 인턴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