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자토호프 EVZ재단 상임이사 “전쟁범죄는 사회 전체의 책임… 日, 도덕적 책임에 더 민감해야”
입력 2010-07-13 17:59
경술국치 100년 기획 잊혀진 만행… 일본 戰犯기업을 추적한다
제4부 국치 100년, 이젠 해법 찾아야
① 일본이 배워야 할 ‘전후보상’ 교과서, 독일
귄터 자토호프(56·사진)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EVZ) 상임이사는 재단 창설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동안 나치 강제노동 보상 작업을 총지휘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독일 베를린 EVZ 접견실에서 기자와 만나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때 악한 짓을 했기 때문에 과거를 통해 오늘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VZ가 설립 10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10년간 활동을 평가해 주십시오.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들이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한 도움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일에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생존자에게 의료 및 사회보험을 지원하는 일 등을 먼저 챙겼습니다.”
-향후 10년은 어떤 활동을 하게 됩니까.
“역사 연구와 인권 교육이 강조될 것입니다. 차세대를 위해 생존자 기억을 복원하는 게 중요합니다.”
-EVZ가 독일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보십니까.
“EVZ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천명이 참여했습니다. 프로젝트는 학교와 달리 성적과는 상관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입니다. 사회 전체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젊은 사람들이 ‘과거에 비춰봤을 때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사회가 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습니까.
“지난주 10주년 행사에 독일 재무부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그는 재단 설립 당시 본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반대했는데 지금은 이런 재단이 있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재단 기금 가운데 절반은 독일 기업이 모은 것인데, 기업 중 40%는 나치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기업은 왜 기금에 돈을 보탰나요.
“직접 한 일은 아니지만 사회 전체가 저지른 범죄이므로 책임도 사회 전체가 져야 한다는 인식을 기업 오너들이 갖고 있습니다.”
-보상은 충분했다고 보십니까.
“상징적 의미의 보상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이만큼 받아라’ 한 게 아니라 피해자 단체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보상액을 결정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수준으로 지급한다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일제 시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기업에 충고를 해 주십시오.
“일본 정부에 제가 이야기할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도덕적 책임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한·일 공동의 프로젝트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베를린=특별기획팀 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