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대북조치 엇박자?… 서해 연합훈련·확성기방송재개 등 이견 노출
입력 2010-07-12 21:53
천안함 사태에 따른 대북 대응조치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12일 제기됐다. 천안함 사태 발생 초기만 해도 한·미는 재발 방지를 위해 북한에 철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이후 대북제재를 가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모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입장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서해상 한·미 해군 간 대규모 연합훈련 일정과 규모, 시기를 놓고 양국의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5월 24일 대북대응조치와 관련된 관계부처의 합동기자회견이 있은 뒤 서해상에서 대잠훈련과 함께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 제프 모렐 대변인은 지난달 4일 항모의 훈련 참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당초 6월 8∼11일로 예정됐던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은 두 번이나 연기됐다. 한 번은 미 국방부가 준비부족을 이유로 훈련실시를 불과 4일 앞두고 연기했다. 다른 한 번의 연기 사유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입장까지 나왔지만 연합훈련의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는 처음부터 미국은 항모까지 동원하는 훈련을 원치 않았지만 한국 국방부의 요청에 마지못해 응했다는 주장도 있다.
대북심리전을 놓고도 양국의 스탠스가 다르다. 대북심리전의 일환으로 이미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대북 전단 살포는 주저하고 있다. 주한미군 측이 충분한 협의 없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작업을 해온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재개 결정 때 협의해 달라는 요청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가 대북대응조치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천안함 사태 처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북강경책을 실행에 옮겨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 미국으로서는 내심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 또 다른 긴장이 조성돼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 대북정책에서도 미 정부가 최우선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핵 문제 해결이다. 미국은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물었고, 필요하다면 금융제재 등과 같은 방안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이 가시적인 연합행동으로 대북도발 억제의지를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양국의 이견조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대북조치는 미국의 의지를 수용하는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