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지자체 위법행위 눈감았다

입력 2010-07-12 18:42

국민권익위원회가 16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부단체장에 대해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조사,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요구 절차를 밟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징계를 요구하는 대신 개선안을 마련, 해당 지자체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권익위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전국 16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부단체장에 대해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 일제 조사가 실시됐다. 이는 민선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 지 15년 만에 처음이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를 위해 지난해 10월 부패방지국 내에 ‘행동강령 조사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행동강령 TF는 현지 조사를 벌여 최근 2년간 업무추진비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부패방지센터에 신고된 비위 혐의와 전산 자료 등을 대조해 부산시와 전남도 등 일부 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 수천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증거를 확보했다. TF는 징계 절차를 밟기 위해 확인서를 요구해 일부에서는 제출받았고, 부산시 등에서는 확인서 제출을 거부당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3월쯤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에 대한 권익위의 지적 사항과 함께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았으나 거부했다”고 말했다.

확인서는 감사 등을 통해 밝혀진 잘못을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시인 받아 작성하는 일종의 자인서다. 권익위는 확인서로 증거를 보강, 사안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거나 해당 지자체에 징계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권익위는 확인된 구체적인 비위 사실에 대해 사실관계만 통보하고 징계 요구 및 추징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해 의혹을 사고 있다. 권익위의 징계 요구가 없으면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자신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수장을 상대로 징계 및 불법 전용한 국가 예산을 환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난 4월 이후 관련 조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이나 조만간 재개돼 이르면 다음달까지 결론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징계와 권고 등 강제 조치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며 해당 지자체에 통보해 자체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