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호화청사 짓더니… 지자체 첫 모라토리엄 선언

입력 2010-07-12 22:07

경기도 성남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성남시의 재정이 파탄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신도시 조성사업비 정산이 이달 중 완료되면 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해양부에서 빌려 쓴 5000여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 또는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안 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지급유예가 장기화하면 판교공공시설사업과 초과수익금을 이용한 분당∼수서 간 도로지중화사업 등이 불가능해지므로 먼저 지방채를 발행해 연간 500억원씩 갚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경기도·LH와 공동으로 판교신도시 조성사업을 해 온 성남시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판교기반시설 조성에 사용해야 하는 판교특별회계에서 5400억원을 빼내 공원조성 등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용했다. 이 돈은 올해 성남시 일반회계의 45%를 차지하는 액수다. 즉 호화청사 건립 등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낭비, 시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는 게 이 시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성남시의 지급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70%가 넘을 정도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 중 하나”라며 “추경예산을 편성하면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린 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단순한 정치 공세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8년간 성남을 이끌어온 한나라당 이대엽 전 시장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한 실정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또 이 시장이 추진이 중단된 시립병원 건립, 성남1공단의 공원화, 옛 시가지 공원 조성 등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에 가하는 압력이라는 시각도 있다. 1조원 가까운 큰돈이 들어가는 이들 사업을 두고 정부 등 여러 기관과의 협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지급유예라는 ‘깜짝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성남=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