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성장 낙관 하지만 도사린 복병… 가파른 물가 상승에 금리인상 시점 논란

입력 2010-07-13 00:09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0 하반기 경제전망’은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한은 이상우 조사국장은 기자실에서 예상외로 높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장황히 설명하기 바빴다. 실제 보도자료를 보면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 소비 투자의 3박자가 제대로 돌아가는 구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의 호성적 속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내년 3.4%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예상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 정도 물가 상승이라면 중앙은행의 이달 금리인상은 시기적으로 타이밍이 늦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고음 켜진 물가와 금리인상 실기론=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현재의 경제성장 기조대로 나간다면 내년에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인 3.0%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일 뒤 나온 올해와 내년의 물가 전망을 보면 김 총재의 예상을 훨씬 넘어선다.

한은 발표대로라면 이미 올 하반기에 물가는 3.0%로 접어들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 3.5%까지 치솟는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급등할 것이란 점도 우려스럽다. 근원 인플레이션이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 충격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요인을 빼고 산출하는 물가지수로, 물가목표제를 시행하는 경우 가장 크게 고려되는 지표다. 근원 인플레가 올해 1.8%에서 내년 3.1%로 상승한다는 점은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더욱이 6·2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둔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될 조짐이어서 서민들의 체감물가 불안은 훨씬 커지고 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교통비 인상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기료 가스비 등도 인상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하반기 공공서비스 요금을 1%가량 높일 경우 소비자물가는 0.16%, 3% 오를 경우 0.5%가량 상승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7월 금리인상이 “사실상 실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3.4%라는 물가수치는 물가당국으로서는 아파해야 할 부분”이라며 “금리 결정에 한은이 신속히 대처 못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 물가가 3.0%에 이르고 내년에 3.4%로 올라간다는 전망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한은 전망대로라면 이미 상반기 때 선제적인 물가 대응(금리인상)에 나섰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은이 정부 눈치만 보면서 초저금리를 방치한 대가를 내년에 본격적으로 치를 것이라는 비난도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 예고=올 상반기 7.4% 성장했던 경제는 하반기에 4.5%로 한풀 꺾일 전망이다. 내년에는 4%대 성장이 예상된다. 경상수지 역시 올 상반기 120억 달러 흑자에서 하반기 90억 달러, 내년 상반기에는 70억 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물론 한은은 “올해 고성장에 대한 반사효과 때문일 뿐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강변하지만 이미 상반기의 경기활황세가 어느 정도 식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남유럽발 재정위기, 중국 긴축 등 해외 악재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응하느냐와 내수 부분 활성화 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