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외환위기때 잘못 처방” 오류 시인… IMF ‘아시아 콘퍼런스’ 이모저모

입력 2010-07-12 21:42

“아시아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제2의 고향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2일 대전에서 열린 IMF 아시아 콘퍼런스에 참석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발언에선 아시아를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이 느껴졌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아시아나 한국을 대하던 냉랭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2008년 9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아시아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로 아시아가 세계 새로운 경제의 새로운 동력임을 강조했다. IMF와 기획재정부가 공동 주최한 IMF 아시아 콘퍼런스는 ‘아시아, 미래로 이끄는 길’이라는 주제로 13일까지 1박2일간 열리며 아시아 지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금융기구 수장 등 300여명의 거물급 경제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선 아시아가 세계경제 정책들을 조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동시에 그 선봉에 한국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아시아 경제의 국제적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그 역할도 커지고 있다”며 “특히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한국 등에 강제한 고강도 구제금융책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일부 시인했다. 그는 “과거는 과거로 접어두고 향후 관계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며 긍정적인 해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IMF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안정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를 놓고 한 재정부 관계자는 “두 수장의 발언을 통해 지금 상황이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요받았던 때와는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일본 홍콩 인도 등 각국 참석자들도 아시아가 빠른 회복을 이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미래 경제의 선도적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에이지 히라노 도요타 파이낸스 서비스 아·태지역 지사장은 “아시아가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과 규제를 개선하는 등 큰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빅터 펑 홍콩 국제상공회의소 명예회장도 “아시아가 세계경제에 섰다고 말하기엔 이르다”면서 “내수수요 진작을 위해 서비스부문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아시아 국가의 수출위주 성장 정책은 앞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 있고, 고(高)성장 신흥국은 경제위기 이후 경기하방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전 세계 유동성이 확대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어 막대한 자본 유입으로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그는 “외환보유액 조정, 자본통제, 금융규제 등을 다양한 도구로 막대한 자본 유입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