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비선라인 파문] 일단 버티는 朴… “호텔 모임 사실무근, 전병헌 의원에 법적 대응”

입력 2010-07-13 04:03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은 12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동안 대응을 자제했던 박 차장은 이른바 ‘메리어트 호텔 모임’에 참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며 이런 주장을 제기한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에 대해 조만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정운찬 총리에게 보고했다.

박 차장은 이어 “진실은 둘일 수 없다. 메리어트 모임의 진위가 가려지면 이번 공세의 본질이 드러날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병헌 의장은 박 차장이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과 함께 메리어트 호텔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공기업·정부·금융기관 인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박 차장은 특히 “누군가 내부에서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일각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원래 전당대회를 앞두면 늘 그래 왔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는 또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못 박았다. 주변에서는 박 차장의 모습에서 야당 공세는 물론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친이 소장파들과의 기세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고 했다.

박 차장은 “나는 메리어트 호텔에 간 적이 없다”면서 “메리어트 호텔 폐쇄회로 CCTV만 조사해도 알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호텔의 CCTV에 대해 증거보전 신청도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차장은 2009년 1월 총리실로 복귀한 뒤 일에만 전념했다”며 “문제가 된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금융권 취업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그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차장이 법적 대응이라는 정면 승부를 둔 배경에는 ‘의혹의 당사자’로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차장도 거취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명예롭게 물러나는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