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비선라인 파문] “의혹 확산 안돼”…사실여부 관계없이 수습나서

입력 2010-07-13 04:02

이명박 대통령이 여권 내 권력투쟁 양상에 대해 정리에 나선 것은 ‘현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청와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 의혹의 대상이 된 3인에 대한 사표 수리 방침이 정해졌다. 이 가운데 이 전 비서관은 지난 11일, 정 비서관은 12일 사표를 제출했다. 박 차장만 남았으나, 박 차장도 조만간 절차를 거쳐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상황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이번 사태의 해법에 대해 “천안함 사태를 풀어나간 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참고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공격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청와대 내부에는 박 차장의 거취 역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 많았다. 사표를 낸 이영호·정인철 비서관과 박 차장의 사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의혹이 있고,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정 비서관 역시 공기업·금융권 CEO들과의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박 차장을 둘러싼 의혹들은 확인된 것이 없다. 박 차장 본인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사표 제출을 지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일그러졌다. 6·2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이 터졌고, 이어 영포회 사건과 비선보고, 선진국민연대 의혹까지 각종 스캔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레임덕이 너무 빨리 온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의혹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관련자들을 물러나게 하는 수습책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보고 됐고,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3인방의 이선 후퇴가 마무리되면 현재의 국면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15일쯤으로 예정된 청와대 수석인사를 단행하고, 이후 대대적인 개각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서로 다투고, 다시 야당에 이용당하는 상황은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불안요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검찰수사의 파문이 어디로 확산될지 미지수고, 수석과 내각 인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은 전당대회, 야당은 7·28 재·보선을 앞두고 정략적인 공격이 심했던 것 아니냐”며 “실체 없는 의혹제기는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