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세계화… 외국 감독 영입한 국가들 성적 안좋아

입력 2010-07-12 18:23

월드컵이 다시 열리려면 4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축구 산업은 쉼이 없다. 축구의 세계화는 경제의 세계화가 불러올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을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뉴스위크는 11일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외국인 축구지도자를 영입한 나라들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며 그들의 몸값에 거품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인 파비오 카펠로가 대표적 사례다. 이탈리아인인 카펠로는 이번 월드컵 참가팀 감독 중 가장 많은 1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지만 팀이 8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대부분 유럽 출신의 감독을 영입한 아프리카 참가국들도 마찬가지였다. 결승전에 오른 스페인팀과 네덜란드팀은 자국 출신 감독이 지휘했다.

뉴스위크는 “역대 월드컵 우승팀의 감독은 모두 자국 출신이었다”며 “거액을 들여 영입해 온 외국의 유명 감독은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고 현실에 맞지 않는 전략, 문화적인 충돌, 젊은 선수 육성 등한시 등의 문제를 일으키다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카네기재단의 브란코 밀라노비치 연구원은 축구의 상업화와 세계화는 가난한 클럽과 국가에 재앙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부자 클럽이 전 세계 우수 선수들을 싹쓸이하면서 축구의 빈부격차를 키운다는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는 11명의 주전 선수 중 6명이 외국인이다. 첼시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은 리그 내에서 다른 팀에 현격히 앞서나간다.

축구 후진국의 뛰어난 선수들이 선진국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국가 간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2년 이후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K리그의 인기는 떨어지고, 어린 선수들도 K리그보다는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가를 선호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부자 클럽도 마냥 수혜자일 순 없다. 1990년 이후 프리미어리그 선수의 연봉은 5배로 급등했다. 반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같은 명문 구단도 적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의 선수들 몸값으로는 어떤 구단도 안정적인 수익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축구 세계화의 수혜자는 극소수 스타선수와 국제축구연맹(FIFA)뿐 일지도 모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