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2세 극작가·연극연출가 김봉웅씨 별세… 소수자 차별없는 세상 기원 작품에 담아

입력 2010-07-12 21:18

전후(戰後) 일본 연극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재일동포 2세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 김봉웅(일본 필명 쓰카 고헤이·62)씨가 지난 10일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향년 62세.

고인은 일본 평론계로부터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기원을 작품에 훌륭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일본어로 ‘언젠가 공평해지길’이라는 뜻을 담아 일본 필명인 ‘쓰카 고헤이’를 지었다는 일화가 있다. 고인은 올 1월 폐암에 걸린 사실을 공표한 뒤에도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가면서 전화로 연출 지시를 하는 등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김씨는 게이오대 프랑스철학과에 다닐 때부터 언더그라운드 연극 활동을 시작, 1974년 대표작인 ‘아타미 살인사건’으로 일본 내 희곡상을 당시 최연소인 25세 때 받으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 ‘극단 쓰카 고헤이 사무소’를 설립하고 ‘초급혁명강좌 비룡전’ 등 속도가 빠르고 위트가 넘치는 작품을 잇따라 발표해 70∼80년대 초반 일본 연극계에 ‘쓰카 붐’을 일으켰다. 82년에는 희곡을 소설로 바꾼 ‘가마타행진곡’으로 일본 전후 세대 처음으로 나오키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이후 영화화돼 대히트했다. 김씨는 90년대부터는 도쿄와 오이타, 홋카이도 등지에서 극단을 만들었고 후배 연극인 양성에 힘썼다. 주요 작품에 ‘전쟁으로 죽을 수 없었던 아버지를 위하여’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뜨린 날’ ‘막부 말기 순정전’ 등이 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