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현장 대규모 유적 ‘딜레마’

입력 2010-07-12 22:15

세종시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굴돼 개발과 보존 논란이 일 전망이다.

12일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국고고환경연구소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인 연기군 금남면 대평·신촌리 일대에서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 조선시대에 이르는 각종 유적이 대거 발굴됐다.

연구소는 행정중심도시 지방행정지역 생활권 지점 9만6950㎡를 조사하다 총 511기에 이르는 각종 유구(遺構)와 주공(柱孔·기둥구멍) 1000여기를 확인해 관련 유물을 수습했다. 발굴된 유적은 청동기시대와 초기 삼국시대 주거지 90기, 초기 삼국시대 고상(高床) 건물지 22기, 수혈유구(구덩이) 141기, 소형수혈 229기, 구상유구(溝狀遺構·도랑모양 흔적) 28기, 특수 유구 2기, 수전(水田) 및 수로 1곳, 밭 추정 유구 1곳 등이다.

이 중 20기에 이르는 청동기시대 주거지는 자연 제방 최상단부에서 발견됐으며 모두 청동기시대의 전반부에 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평면 형태가 방형 혹은 장방형인 이들 주거지가 호서지역에서는 최초로 넓은 평야지역에 형성된 자연제방에서 발견됐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고 말했다.

모두 70기가 확인된 초기 삼국시대 주거지는 주변에서 같은 시대에 조성된 밭과 도로시설 등이 함께 발견됨으로써 이곳이 대단위 취락지였음을 보여준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주거지 중 일부에서는 벽체 일부로 보이는 판재(板材)가 탄화한 상태에서 내부에 함몰된 모습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 기능이 함정이나 저장시설, 폐기장 등으로 짐작되는 초기 삼국시대 수혈은 무려 370곳이 확인됐다. 일부 구덩이는 바닥에서 벽면을 따라 말목을 박은 흔적이 확인됨으로써 화장실이 아니었던가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아울러 초기 삼국시대에는 다단계로 논이 조성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밭 유적 상부에서는 수레바퀴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흔적도 드러났다.

이번 조사 대상지 인근에서는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이 발굴을 진행 중이며, 이곳 역시 상당한 유적이 확인되고 있어 유적 보존과 도시 개발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연기=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