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박병광] 서해 훈련은 고유한 주권행사

입력 2010-07-12 17:39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서해에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미국 항모가 서해에서 훈련하게 되면 살아있는 표적이 될 것”이라고 위협하더니 한국을 향해서도 “한·미의 서해 훈련 때문에 큰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정부 역시 한·미 연합훈련이 중국 안보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교 이후 밀월기로 불릴 만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던 한·중관계가 역사문제로 불거졌던 ‘동북공정’ 이후 안보문제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서해상 연합훈련에 대해 이처럼 강경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중국 군부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연합훈련에 참가할 예정인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에 진입할 경우 베이징, 톈진, 다롄 등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들이 고스란히 미국의 작전반경은 물론 정보수집 범위에 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말뿐인 전략적 동반자관계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지만 미국 항모가 서해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이라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 군부가 나서서 한·미 훈련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는 한편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하고 미사일 훈련까지 공개하면서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상 연합훈련과 관련하여 중국이 간과하는 중요한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한·미 연합훈련의 대상과 목표는 북한이지 중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억제하고 우리의 자위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둘째, 서해상 연합훈련은 대한민국 영해 내에서 동맹관계인 한·미가 실시하는 것으로서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고유의 주권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위에 다를 바 없다.

셋째, 한·미 훈련을 불러오게 된 근본 원인은 천안함 사건이며 이는 북한의 소행이란 점이다. 즉 미국의 항공모함을 서해상으로 불러들인 것은 중국이 그토록 감싸고 있는 북한이란 사실이다.

연합훈련 대상·목표는 북한

서해상에서의 연합훈련은 이미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을 상대로 밝힌 후속조치의 하나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발표한 후속 조치 가운데 대북심리전 재개를 위한 확성기 방송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심리전 재개 시 무력으로 보복 대응하겠다는 북한의 대남위협 때문인지 아니면 남북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에서인지 알 수 없다. 한·미 연합훈련 역시 뚜렷한 이유와 명분 없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된다면 국민들은 이번에도 중국의 반발과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 한국과 중국의 국력은 갈수록 비대칭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의 무리한 압박과 요구의 가능성도 그만큼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해상 한·미 군사훈련에 관한 중국의 거친 반발은 이와 같은 우려를 더하게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명분과 원칙의 외교’이다. 서해상 연합훈련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며 주권 행사의 문제이다.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특정 국가의 반발을 우려해 취소될 수 있는 사안은 더더욱 아니란 뜻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통해 안보문제에 관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과 서해상 연합훈련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듯이 아직도 양국이 가야 할 전략적 동반자의 길은 멀고, 도달해야 할 신뢰의 고지는 높기만 하다.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