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을 위험지대로 내모는 민자사업

입력 2010-07-12 17:33

어제 아침 신문에 보기만 해도 아찔한 건물 사진이 실렸다. 마치 대지진이 강타한 지역의 건물 잔해처럼 반 토막 난 듯한 건물을 현재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니 정신이 아득할 정도다. 철거 공사가 중단돼 절반만 남은 이 건물에서 4학년 8개 학급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 건물 바로 옆에는 신축 중인 교사(校舍)의 터파기 공사가 중단된 채 물웅덩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쌍문초등학교의 모습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운동장 대부분에 공사 가림막이 둘러쳐져 있어 체육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은 학생들이 공사장에 들어갔다가 자칫 사고라도 날까봐 쉬는 시간에 복도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이 학교가 이처럼 위험지대가 된 것은 2008년 초부터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진행된 공사가 지난 3월 시공사의 부도로 중단된 채 지금까지 방치된 때문이다. 민간 사업자가 시설 투자를 하고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BTL 방식으로 학교 건물을 짓다 보니 시공사가 부도 나면 새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속수무책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2005년 새로운 BTL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우려돼 왔다.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적용됐던 BTL을 군인 숙소, 도서관 등 사회기반시설로 확대하겠다고 했을 때 학교 시설에까지 재정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교, 특히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는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쌍문초등학교 관할인 서울북부교육청 산하에서만 BTL 방식으로 증·개축 공사를 시작한 5개 학교 가운데 3개 학교 공사가 시공사 부도로 차질을 빚고 있다니 BTL 방식의 학교 시설 사업에 대한 전면적 점검과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구나 정부가 공립학교에만 적용되던 BTL을 사립 초·중·고 시설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어 더욱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