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싸움 잠재울 결단 시급하다
입력 2010-07-12 17:33
이명박 대통령은 선진국민연대, 영포목우회의 국정개입 논란과 관련해 지난 9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에게 ‘우려의 말씀’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핵심 참모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제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과 박형준 정무수석은 경고가 아닌 우려 표명임을 굳이 강조했다.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으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선 현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고 화날 노릇이겠는가.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당·정·청을 정비해 앞을 향해 박차고 나가야 할 시점에 자중지란이 일어났으니 기가 찰 것이다. 친이 세력 내에서의 권력 암투가 친박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야당이 그것을 한껏 부추기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게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권력 싸움 당사자들에게 경고장조차 보내지 않고 단순히 우려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현 상황은 그렇게 안이하게 대처할 때가 아니다. 총리실의 불법 민간사찰은 당사자들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실정이고,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해서는 부적절한 국정개입 의혹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특히 사표를 낸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의 경우 2년 전 장관급인 김대모 노사정위원장에게서 충성맹세 성격의 서약서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어이없는 일이다. 민주당이 ‘영포게이트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연일 폭로전을 전개하고 있어 새로운 의혹이 더 드러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청와대가 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2년 전 잠깐 동안의 권력다툼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은 정권 초기와 다르다. 실세들 간의 권력 싸움을 잘못 다룰 경우 레임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시점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사조직이나 비선조직 관련자들의 부적절한 국정개입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강력한 경고음을 낼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정 농단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하고도 특별한 조사’를 지시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