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검과 칼

입력 2010-07-12 17:57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의 뜰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증한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긴 칼의 끝을 땅에 대고 눌러서 활처럼 휘게 해 놓은 작품이 있다. 구 소련에서 기증하여 더 인상적인 이 조각상의 기단에는 이사야서 말씀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사 2:4) 지금은 대포를 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대지만 칼의 이미지는 여전히 전쟁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칼의 유래를 잘 몰라서 어휘의 선택에 자주 혼동이 있는데, 이 날카로운 도구에는 두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히브리어로 헤렙, 즉 양면에 날이 있는 검(劍)이며 본래 제사장들이 소나 양을 잡아 뼈와 살과 기름을 분리할 때 쓰던 것이다. 또 하나는 히브리어로 마아켈렛 즉 날이 한쪽에만 있는 칼(刀)인데 주방에서 요리할 재료를 썰거나 다질 때 쓰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언제부터 무기로 사용되었던 것일까?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창 4:23)

제사장들의 검은 권력을 놓고 다툴 때 무기가 되었고 주방에서 쓰던 칼은 형제 또는 이웃 간의 감정싸움이나 복수를 할 때 사용되었다. 처음에는 모두 단검, 단도처럼 짧은 형태였으나 집단적인 싸움 즉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면서 그 길이가 더 길어진 것이다.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전쟁이 많았던 중동이나 유럽에서는 검을 많이 썼고 복수의 개념이 앞섰던 이스마엘의 자손들은 주로 칼을 사용했다.

우리 민족의 조상들이 제사용으로 사용하던 비파형 동검은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도 천단에 제사를 드리던 고대에는 검을 많이 사용했다. 대륙에서는 혼란한 시기에 비적들이 횡행하면서 환도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삼국통일 이후로 원한과 분노가 늘어났는지 검이 칼로 바뀌었다. 우리가 본국검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일본 검도에서 사용하는 것도 실은 모두가 칼이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마 10:34)

예수께서 주겠다던 이 검은 전쟁의 검이 아니라 말씀의 검이었다. 헬라어로 마카이라, 즉 양면에 날선 검으로 수술을 받으라는 의미였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히 4:12)

그러므로 우리가 심판의 날에 대비하려면 전쟁의 검을 제사의 검으로 되돌려 혼과 영과 몸의 모든 마디를 찌르고 쪼개어 거룩한 제물로 거듭나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복수를 위해 품어왔던 칼도 다시 주방으로 되돌려 우리의 이웃과 심지어는 원수까지도 정성이 깃든 음식으로 대접하는 도구가 되게 해야 할 것이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롬 12:20)

김성일 장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