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에서 아줌마로 “팜므파탈도 해 볼래요”… SBS ‘이웃집 웬수’ 이혼녀 열연 유호정
입력 2010-07-11 22:58
“주방장님이 절 계속 설레게 하고 있어요. 연기하면서도 ‘아! 멋있다’ ‘저런 말 들었으면 너무 좋겠다’하면서 매번 감탄해요. 안 보는 척 하면서 뒤에서 지켜봐주고, 힘들 땐 기사처럼 나타나 해결해 주는데 어떻게 행복하지 않겠어요.”
최근 경기도 탄현 SBS 제작스튜디오에서 만난 유호정(41)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특유의 환한 웃음과 귀여운 표정이 묻어나왔다. SBS 주말드라마 ‘이웃집 웬수’(토·일 오후 8시50분)에서 그가 연기하는 이혼녀 윤지영이 키 크고 잘생긴데다 연하인 ‘훈남’ 장건희(신성록 분)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
지난 10일 32회에서는 건희가 지영에게 “내가 아줌마의 애인이 돼주겠다”라고 고백하며 김동률의 ‘취중진담’을 열창해 로맨스의 불을 지폈다.
“신성록씨가 워낙 키가 크고 노래를 잘하니까 액션 자체가 빛이 나요. 교외에서 막 까불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다가와 가슴이 아련하게 아팠어요. 교외 데이트 장면에 아줌마들 설레었을 거예요.”
로맨스가 탄력이 붙으며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10일 시청률은 20.4%(TNmS)로 전체 드라마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때문에 3주 연속 결방돼 너무 걱정이 많았어요. 국민의 축제지만 저희에게는 버거웠지요. 줄거리가 너무 끊어진데다 요즘 휴가철이 돌아오니까 시청률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하지만 워낙 대본이 탄탄해 작품성을 믿었지요.”
드라마는 이혼이 주요 소재지만 자극적 요소 없이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이혼한 윤지영과 김성재(손현주)가 옆집에 살면서 사랑을 찾게 되는 내용으로 현실적인 캐릭터와 공감 가는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유호정은 “지영이는 주인공이지만 착하고 순수한 여자는 아니다. 자격지심이 있고, 속은 꼬여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라면서 “성재의 사랑을 축복해 주는 것도 지영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가 내 새끼 아빠니까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와는 이혼했어도 은서 아빠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싫어, 은서 아빠니까 그러면 안돼”라는 지영의 고백은 많은 주부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스물두 살때인 1991년 MBC 드라마 ‘고개숙인 남자’로 데뷔한 유호정은 90년대 드라마에서 ‘캔디’처럼 주로 발랄하고 씩씩한 여주공인 역을 맡아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30대 때에는 역할이 ‘아줌마’로 바뀌었지만 ‘줌마렐라’ ‘미시족’의 대명사로 군림하며 꾸준히 인기를 이어왔다.
그는 “참 고마운 일이다. 결혼 후 아이 낳을 무렵에는 ‘미시족’ 열풍이 불어서 운이 좋았다. 그때그때 저의 위치와 생각에 맞는 역을 하다보니 이런 좋은 역을 맡게 됐다”면서 “좀더 연기에 자신이 생기면 ‘팜므파탈’ 역할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