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선라인, 금융권 전방위 개입 의혹

입력 2010-07-11 22:59

청와대 비선라인이 금융권 고위 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KB금융뿐 아니라 신한과 우리금융지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금융권 고위 관계자의 주장도 제기돼 청와대 비선라인이 금융권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모 행정관이 2008년 8월 당시 황영기 KB금융 회장 취임 직후 먼저 회동을 제안, 황 회장과 만났다. 황 회장과 만난 청와대 인사는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쪽(인사비서관실)에서 ‘새로 왔으니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해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그쪽에서 어떤 부탁이나 청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수석실 소속도 아닌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 금융회사 회장과 접촉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또 청와대 비선라인이 자신의 후임 KB 회장 선출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강정원 행장이 2008년 6월 지주회사 회장 선거에 떨어진 이후 회장이 되겠다는 일념에 그쪽(청와대 비선라인)과 접촉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KB뿐 아니라 신한과 우리금융도 (청와대 비선라인으로부터) 외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신한과 우리금융에 대한 구체적 외압 정황에 대해서는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 나중에 조용해지면 말하겠다”고 말문을 닫았다.

금융권에서는 선진국민연대 출신 청와대 비선라인들이 시중은행의 인사·경영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동창이 회장으로 있는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한 KB,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이들 비선라인과 상호 교류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한과 우리금융 관계자들은 “(KB 관계자가) 도대체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럽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