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 손익 따져보니… 경제보다 흑백통합·이미지 제고 ‘남는 장사’
입력 2010-07-11 21:46
“월드컵이 내 교통비를 줄여줬어요. 그만큼 월급이 오른 셈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외곽의 빈민촌 칼리처에 사는 노마와보 노마바이씨는 월드컵 덕분에 생활이 바뀌었다. 그에게는 2개의 전철역이 생겨 케이프타운 시내까지 전철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는 새벽에 일어나 2시간을 걷거나 가까운 전철역까지 택시를 타야 했다.
노마바이가 이용하는 전철은 남아공 정부가 지난 5년간 월드컵 준비를 위해 쏟아 부은 57억 달러(약 6조8200억원)의 일부다. 월드컵은 12일 결승전으로 끝이 났지만 남아공에선 이제 막 손익 계산이 시작됐다.
일간신문 시티의 페리얼 하파지 편집장은 “전철과 버스가 확충되면서 평소 월급의 절반 이상을 교통비로 썼던 도시 외곽 빈민촌 주민들이 큰 혜택을 받게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전체적인 평가는 시큰둥하다.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은 “월드컵 특수로 경제 여건이 다소 호전되겠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월드컵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칠 영향은 0.5% 포인트로 추정했다.
월드컵 관광객은 목표였던 45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20만명으로 집계됐다. 월드컵으로 창출됐던 일자리는 대부분 일용직이어서 25%까지 내려갔던 실업률은 대회 후 다시 30%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짐바브웨 등 이웃 국가에서 넘어온 사람들 때문에 2008년 발생했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폭력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아공은 그러나 ‘자신감’이라는 더 중요한 자산을 얻었다.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남아공은 각종 부정적 공세에 시달렸다. 인터넷엔 요하네스버그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라며 하루에도 수백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월드컵 기간 관련 범죄로 체포된 인원은 316명으로 대부분 절도 등 가벼운 사건에 그쳤다.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도 빈말에 그쳤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오히려 아프리카의 변화를 선도하는 앞선 국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그랜트 손튼은 월드컵을 앞두고 확충된 사회간접자본, 입증된 안전성 등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앤 베른슈타인 기업개발센터 국장은 “경기장 만들 돈으로 빈민촌을 도와야 한다는 비판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월드컵의 성과를 바탕으로 관광과 투자 수입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은 또 ‘무지개 나라’라는 별명을 가진 남아공의 흑백 간 화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흑인 중산층은 남아공의 저력을 보여줬고, 축구를 가난한 흑인의 스포츠로 여겼던 아프리칸스(남아공 토착 백인)도 거리낌 없이 흑인들과 함께 부부젤라를 불면서 바파나 바파나(‘꼬마들’이라는 뜻의 남아공 축구대표팀 명칭)를 응원했다. 남아공 출신의 마크 게비서 미 네이션지 특파원은 “블룸폰테인의 경기장에서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백인들과 함께 국가를 불렀다”며 “흑인도 백인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