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手싸움 들어간 한·미 vs 북·중… 결론은 ‘타협’

입력 2010-07-11 18:27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천안함 사건 의장성명 이후 한반도 안보 정세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남북한 양측이 모두 외교적 승리라고 주장하고, 미국과 중국이 성명 내용에 만족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한반도 전략을 놓고 한·미와 북·중의 ‘포스트 안보리’ 수(手)싸움은 시작됐다.

◇미·중, 한반도 대립은 피할 듯=천안함 공격 대응 조치인 한·미의 서해 연합훈련 내용이 향후 한반도 상황을 가를 결정적 요인이다. 핵심은 미 7함대 핵항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입 여부. 중국은 공식 반대를 천명하는 등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한·미가 의장성명에 만족감을 표시한 건 서해 훈련의 강도를 낮출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의장성명 내용은 미·중의 입장을 외교적으로 ‘절충’한 것이다. 천안함 국면을 이쯤에서 매듭짓고 더 이상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합의로 분석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0일(현지시간)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훈련 참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도 “훈련 장소와 시기를 모른다”고 했다. 이는 훈련을 동해에서도 할 수 있고, 서해에서 하더라도 강도가 조절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중은 의장성명 문구 합의 과정에서 조지 워싱턴호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서 조지 워싱턴호가 훈련엔 참여하지만 서해 진입은 하지 않을 거란 예상도 있다. 주한미군 당국이 한국군의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의 향후 한반도 전략도 ‘타협’=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중국은 북한의 안정적 관리가 목표다. 결국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에 관한 양국의 이해는 북한 비핵화를 다루는 6자회담의 가시적 성과와 맞아떨어진다.

의장성명 직후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가급적 천안함 사건을 매듭짓기를 원한다”면서 6자회담 재개를 강력히 희망했다. 북한 외무성도 6자회담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 실현을 강조, 6자회담으로의 국면 전환 의도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나 사과 없이 한·미가 지금 당장 6자회담 국면으로 들어가기는 부담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의장성명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법은 북한이 근본적으로 행동을 바꿀 때만 가능할 것이라는 현실을 보여줬다”며 국제법 의무 준수, 9·19 공동성명 내용 이행을 거듭 주장했다. 이는 북한의 향후 행동을 보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북제재 조치와 6자회담 재개시기를 저울질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대북 역할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핵항모 서해 진입문제 해결 등 한반도에서 중국의 안보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중국은 미국의 대북 입장을 감안해 북한을 6자회담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선에서 ‘포스트 안보리’ 타협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