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의장성명 ‘문구 싸움’ 승자는?

입력 2010-07-11 21:48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이 나오기까지 미국과 중국, 한국은 끈질긴 줄다리기를 했다. 의장성명의 최종 문안은 이런 외교적 타협책이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의장성명의 문안 조율 과정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언어학적 승리(linguistic victory)’라고 표현했다. 가장 큰 전리품은 천안함 침몰을 규정한 ‘공격(attack)’이라는 단어와 유엔의 메시지를 담은 ‘규탄(condemn)’이라는 단어였다.

애초 의장성명에도 반대했던 중국은 공격 대신 ‘사건(incident 또는 event)’이라는 표현을 원했다. 여기에다 문맥상 북한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모든 문안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천안함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북한 주장을 성명에 집어넣을 것까지 요구했다.

중국 설득에는 유엔에서 실시한 합동조사단의 브리핑과 한·중 정상회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박인국 유엔 대사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박 대사는 “브리핑에 외국 전문가 6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안보리 회원국들에 북한의 행동이라는 믿음을 줬고, 중국도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며 “지난달 주요 20개국(G20)회의 등 두 차례 정상회담 후부터 중국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결국 북한의 주장을 ‘유의한다(take note of)’는 단락 아래에 집어넣는 대신 ‘공격’과 ‘규탄’ 단어를 삽입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수전 라이스 주유엔 미국 대사는 “공격이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의 공격임을 밝힌)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북한 등) 다른 의견보다 주요하게 취급했다”고 강조했다.

WSJ는 의장성명이 절묘한 문장 구성으로 사실상 북한의 책임으로 귀결시켰다며 “한달간의 줄다리기 끝에 미국이 언어학적으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격과 규탄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아 정치적 해석 여지를 남겨놓은 타협안 수준에 머무른 것은 한계다. 워싱턴 소식통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버티고 반대하는 국제적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