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보다 ‘영호’가 더 문제…靑 비서관 사표

입력 2010-07-11 21:50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바라보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항 인맥을 중심으로 한 비선 조직이 무리하게 인사와 정책에 관여했던 후유증이 몰아닥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노동계 인사는 “영포 게이트라고 하기보다 영호 게이트라고 부르는 게 적당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이번 파문의 진원지라는 주장이다.

포항 출신인 이 비서관은 평화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금융노조 조직본부장을 지낸 뒤 이명박 당시 대통령후보 캠프에 들어갔다. 이때 박영준 국무차관을 만나게 됐고, 당시 인연으로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그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고 입을 모은다. 한 노동부 공무원은 “힘이 약한 장관 시절엔 산하단체 인사에까지 영향을 발휘했으며 임태희 장관이 온 뒤에야 겨우 개입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파격 인사로 회자됐던 조재정 기획관리실장(행시 28회)의 1급 승진도 이 비서관의 작품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조 실장은 노동부에서 공공기관비정규직 실무추진단장, 정책기획관을 지내다가 인수위에 파견된 뒤 청와대에서 이 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다. 노동부 내에선 실장 승진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요직으로 여겨지는 노정국장, 근로기준국장, 산업안전국장을 하나도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노동부로 복귀해 쟁쟁한 행시 25∼27기 선배들을 제치고 승진했다. 인사에 불만을 품은 선배 기수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노동부 최고위 관계자들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노동부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 중앙노동위원회 1급 자리 4개 중 2개를 없애고 대신 노동부 1급 자리를 추가한 것은 조 실장을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이전에도 발탁인사는 여러 차례 있었다”며 “단지 기수를 뛰어넘었다고 인사가 부적절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포항 인맥인 이인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도 노동부 감사관으로 일하다 2급으로 승진 기용됐다. 그가 총리실로 간 것도 이 비서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많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는 노동부에서 3명이 파견됐다. 이 비서관이 노동부를 인력 풀로 삼아 포항 인맥을 중심으로 요직에 배치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던 것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