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뛰어들어 母子 구출한 강동주 소방관 “앞뒤 생각 할 겨를 없었죠”

입력 2010-07-11 22:04


방화복에 불이 붙어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소중한 인명을 구조한 소방관의 ‘살신성인’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울산 태화안전센터 강동주(41) 소방장은 지난 2일 울산 다운동 건물 4층에 있는 주택 화재진압을 위해 동료 소방관들과 현장으로 출동했다.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도착했으나 주택은 이미 불덩이와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검붉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집안에 있던 임모(34·여)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일단 작은방으로 대피했다. 점점 다가오는 화마(火魔)를 두려워하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 소방장이 앞뒤 가릴 것 없이 가장 먼저 불길로 뛰어들었다. 거실에서 시작한 화마는 천장을 타고 모자가 피신해 있는 방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방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수백도로 올라가 탈출하기도 전에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탈출로인 창문을 통해 임씨 가족을 대피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5분여. 시간이 모자랐다.

강 소방장은 아이들이 화기(火氣)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감싸안았다. 강 소방장의 방화복에 불꽃이 떨어졌다. 강 소방장이 온몸으로 불길을 막는 사이 동료 소방관이 창문을 통해 임씨 가족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그동안 집안은 온통 불길에 휩싸였고 탈출로도 막힌 상태에서 강 소방장의 방화복은 이미 기능을 상실, 불길을 뚫고 탈출하기는 불가능했다. 동료들이 구조할 때까지 5분여 동안 강 소방장은 사선을 넘나들어야 했다.

강 소방장은 무사히 구출됐으나 엉덩이와 허벅지 부근에 3도 화상을, 양 귀 뒷부분과 어깨에 2도 화상을 입은 뒤였다. 지난해에는 화재 진압 시 4명을 구조해 울산 소방본부가 수여한 ‘인명구조왕’상을 받을 정도로 활발한 인명구조활동을 펼쳐 왔다.

소방방재청은 강 소방장을 1계급 특진시킬 계획이다.

강 소방장은 “하루빨리 치료를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앞으로 또 위험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앞장서 인명구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