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반쯤 헐린 채 넉 달… 서울 쌍문초등학교 ‘위험한 수업’

입력 2010-07-11 18:43

11일 오후 찾아간 서울 쌍문동 쌍문초등학교는 폐교에 가까웠다. 이곳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웠다. 담장은 공사장 철제 칸막이가 대신했고, 정문은 헐려 있고, 후문에는 천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운동장에는 공사장에서 나온 흙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2008년 공사가 시작돼 계획대로라면 지난 1월 완공됐어야 하지만 민자투자방식(BTL)으로 공사를 맡아 진행하던 시공사의 부도로 지난 3월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됐다.

전체 세 동의 건물 중 공사가 중단된 한 동의 건물은 반쯤 헐린 채였다. 이 건물을 사용하는 4학년 학생들은 자칫 튀어나온 철근에 찔리거나 걸려 넘어질 위험에 놓여 있다. 냉난방 역시 불가능하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조신하(41·여)씨는 “지난겨울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다리가 꽁꽁 얼어있는 것을 보고 너무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학교와 서울북부교육청 측은 충분히 학생들을 공사현장과 분리하고 있다고 변명했지만 등·하교시는 물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는 학생들은 위험천만한 공사현장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5학년에 재학 중인 박민하(11)양은 “새로 지어진 건물엔 식당이 없어 점심을 먹으려면 학교를 빙 돌아 공사 중인 헌 건물로 가야 한다”며 “불편하고 혹시 벽돌이라도 떨어질까 무섭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공사가 시작된 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체육수업을 받지 못했다. 체육시간엔 미술실이나 옥상에서 뜀틀, 허들, 평균대를 이용했다. 축구나 달리기는 꿈도 꾸지 못한다. 초등학교 5·6학년 체육교과 정규과정에 포함된 ‘체력인증제(구 체력장)’마저 생략한 지 2년째다. 6학년에 재학 중인 이수연(12)양은 “운동장에서 피구를 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밤이면 학교가 비행청소년의 집결지가 돼 성폭력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교문을 허물고 임시로 두 곳의 통로를 마련하면서 경비실에서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을 전혀 제지하지 못한다. 학교 안은 동네 중·고생들이 몰래 술·담배를 하는 단골장소로 변했다고 한다.

북부교육청은 30년 이상 지난 학교 5곳을 선정해 2008년부터 증·개축 공사를 시작했지만 쌍문초등학교를 포함해 3곳이 시공사 부도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