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는 살아있다?…금리인상, 금통위가 남긴것
입력 2010-07-11 22:5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기준금리를 결정한 지난 9일 오전 한은 기자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러야 8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느긋해하던 기자들에게 오전 10시25분쯤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키로 했다”는 금통위 결정문이 낭독됐다. 예상치 못한 발표에 기자실이 한순간 고요해졌다. 속보에 매달린 일부 매체가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오보까지 내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허를 찔린 건 기자들뿐 아니었다. 애널리스트 10명 중 9명이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할 정도로 이날 금리인상은 시장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물론 한은의 주장은 다르다. 5월과 6월 금통위 결정문과 김중수 총재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꾸준히 금리인상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날 금리인상에 대해 금융시장이 ‘경기회복 자신감의 반영’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9일의 소동은 금통위의 통화정책 수행 방식의 적절성, 정부의 통화정책 간섭이 초래하는 위험 등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남겼다.
우선 한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부분 시장참여자들이 금리인상을 예상치 못한 것은 왜 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시장참여자들이 기준금리 결정 주체인 금통위의 말보다는 경제부처의 말을 더 무게 있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실제 8월 금리인상론의 발단은 “2분기 성장률 속보치 발표 이후 경제운영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지난 4월 말 우즈베키스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이다. 2분기 성장률이 7월 중순 확정되므로 결국 8월 금통위에 가서야 금리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해석된 것이다.
2008년 하반기에 본격화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부처의 통화정책에 대한 간섭이 노골화되면서 이미 시장은 금통위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는 게 이날 증명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9일 금통위의 전격적인 금리인상은 “금통위는 살아 있다”는 자기존재 증명을 위한 몸짓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은 또한 그동안 경제부처의 간섭으로 이처럼 통화정책 수행에 ‘잡음(노이즈)’이 커지고 있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배병우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