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 (43) 국내 3D 선도하는 KDC정보통신

입력 2010-07-11 18:03


극장용 3D 영사장비 생산 ‘세계 2위’

지난해 가을이었다. 세계 최고 흥행을 몰고 온 대표적 3D(3차원) 영화 ‘아바타’가 개봉되기 수개월 전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KDC정보통신 김태섭(46)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이 영화의 ‘메이킹필름’(촬영·제작 과정을 담은 영화)을 보고 가슴이 마구 뛰었다. 아바타가 회사의 운명을 바꿔 놓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회장의 예견은 적중했다. 아바타는 세계 최고 흥행작이자 국내에서는 역대 최다 관람객(1304만명 돌파)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동시에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KDC도 ‘대박’을 맞았다.

KDC는 극장용 3D 영사 장비를 해외 38개국에 생산·공급하는 국내 유일 업체다. 핵심 제품인 ‘MI2100’이라는 영사장비는 미국 업체 리얼D사에 이어 생산 규모로 세계 2위를 달린다.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D 영화는 스크린과 영사기만 있으면 상영이 가능하다. 3D 영화는 여기에다 별도 입체영사 장비가 필요한데, MI2100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아바타 개봉 전까지 70개 미만이었던 국내 3D 영화관이 지난달 말 현재 400개 가까이 늘면서 KDC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972년 설립된 KDC는 국내 1세대 IT 벤처기업. 20여년간 통신모뎀 사업과 은행 공동 전산망 구축 등 기업 네트워크통합(NI) 사업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2003년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회장은 신사업 분야 가운데 3D를 꼽았다.

“당시 3D 전문 업체인 마스터이미지에서 안경을 쓰지 않고도 휴대전화의 영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는데, 그걸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김 회장은 투자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3D 영상 원천기술을 지닌 마스터이미지사가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제품의 독점 생산·공급은 KDC가 맡는 식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회의적이었다. 반발도 거셌다. 당시만 해도 3D 관련 산업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3D 시장이 과연 오겠느냐” “이걸 만들어봐야 어디다 팔아먹겠느냐”는 등의 핀잔도 많았다. 심지어 “돈 끌어 모으려고 사기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김 회장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1930년대 흑백 TV가 처음 등장한 뒤 컬러 TV, HD(고화질) TV에 이어 이보다 4배나 선명한 울트라HD TV까지 개발됐고, 다음 목적지는 3D 영상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원근·돌출감이 구현되는 3D 영상 이후에는 후각과 촉각 같은 5감 체험이 가능한 4D, 그 다음에는 허공에 영상이 떠 있는 듯한 5D 영상 기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KDC의 도전은 6년 만에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2007년 4억여원에 불과했던 3D분야 매출은 2008년 24억원, 지난해에는 10배가 넘는 2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700억원 이상 바라보고 있다. KDC는 지난해 7월 3D컨텐츠 전문기업인 리얼스코프를 설립하는 등 사업 영역을 세분화하고 있다. 3D 영상사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하드웨어(3D영상장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콘텐츠)가 함께 따라와 줘야 한다는 전략 차원에서다.

업계에서는 KDC를 ‘3D전도사’로 꼽고 있다. 성공한 기업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김 회장에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 끝입니다. 선택 받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페달을 멈추는 순간 쓰러지는 외발자전거가 바로 기업의 운명입니다.” 김 회장은 늘 도전과 혁신을 강조한다. 바로 ‘외발자전거론’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