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서정시인 영랑 일대기 다룬 소설 발굴

입력 2010-07-11 19:12

“일본 문학으로 개종하는 이가 많았지만 우리말로만 시를 썼던 그(영랑)는 문단과도 절연됐고(중략) ‘내 집 성은 김씨로 창씨했소’라며 한글 성을 끝까지 버텼다.”

우리나라 대표적 항일·서정시인인 영랑 김윤식(1903∼50)의 일대기를 다룬 실명소설이 발굴됐다. 전남 강진군은 11일 올 연말 완공예정인 ‘시문학파 기념관’에 전시할 자료수집 과정에서 시인 이동주(1920∼79)가 1967년 3월호 현대문학에 쓴 ‘소설 김영랑’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모두 11쪽(192∼202쪽) 분량으로 영랑이 태어나서 타계할 때까지의 삶의 여정, 문단 활동 등을 담고 있다.

강진군은 “이 소설에는 30년 3월 영랑과 함께 ‘시문학’ 창간을 주도한 용아 박용철과의 끈끈한 교우 관계는 물론 영랑의 인간적인 면모 등을 살필 수 있는 대목이 곳곳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설은 영랑이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하는 등 항일·민족정신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 소설은 영랑의 유족이나 친척이 아닌 제3자가 객관적 시각으로 논픽션 형식을 빌려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설을 쓴 시인 이동주는 해남 출신으로 50년 문예지에 ‘새댁과 황혼’으로 등단한 후 김영랑 실명소설에 이어 이광수, 김소월, 김동인, 박종화 등 유명 문인 20여명을 실명화한 소설을 발표했다.

강진=이상일 기자